8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당선됐다. 트럼프는 전국 선거인표 538표 중 257표를 확보했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215표에 그쳤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등 주요 격전지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며 표차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총 30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미국역사상 언론으로부터 가장 무시 받은 대선후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 주요 100개 언론사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한 언론사는 라스베거스리뷰저널과 플로리다타임스유니온 등 단 2곳에 불과했다. 각종 추문 속에 그는 조롱의 대상이었으며 역대 주요정당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적은 언론사 지지를 받은 후보로 기록됐다. 반면 힐러리를 지지했던 언론사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신문사를 포함해 57곳에 달했다. 트럼프는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CNN은 힐러리 당선확률을 91%로 제시했다. 한 때 “이미 대선은 끝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 도널드 트럼프. 사진=Wikimedia Commons
하지만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예측에 실패한 미국 언론은 충격에 빠졌다. 당장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뉴욕시립대 교수)은 9일자 뉴욕타임스 1면 칼럼을 통해 주 정부·러시아 정보국·미연방수사국(FBI)이 여론을 조작하고 비(非)백인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했다며 “이번 미국 대선은 사실상 조작된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FBI는 투표일을 1주일 앞두고 클린턴 후보의 국무장관 재직시절 이메일 계정 사용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은 위키리크스가 지난 7월 공개한 민주당 이메일 유출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주장해왔다.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는 공화당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 사이에서 널리 지지를 받는 터무니없는 정책을 긁어모아 이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변조한 뒤 요란스럽게 떠들어대고 있다”며 “트럼프는 자기가 지금 무얼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트럼프의 당선이 현실로 등장하며 당장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의료보험제도 메디케어(Medicare)가 축소되고 부자 감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던 언론사들은 유무형의 ‘정치적 보복’을 맞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유세현장에서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란 말을 자주 사용하며 “침묵하는 다수”가 무시당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그가 말한 “침묵하는 다수”를 드러냈다. 트럼프 지지자의 상당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인구는 3억2400만 명, 유권자수는 2억2100만 명이며 미국 전체 유권자 가운데 경선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을 찍은 사람은 모두 14%에 불과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86%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고,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보수적인 고학력 고연령 백인들이 그 동안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다가 투표장에 나왔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른바 ‘회피하는 보수주의자 효과’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기 민망했던 자들’이 투표장에서 나와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투표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경향이 경합주에서 나타날 때, 이번 미국 대선예측도 참담한 실패를 범할 수 있다”며 미래를 예측했고 현실로 드러났다.

이준웅 교수는 “정확도가 높다는 미국 대선예측 여론조사도 오류 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016년 영국 브렉시트 여론조사가 틀렸고, 2015년 영국 총선예측 여론조사가 틀렸고, 한국의 총선예측 여론조사가 틀렸듯이 잘못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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