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판매 중단 사태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나친 실적주의와 건전한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동아일보 기사가 삭제됐다. 기사 관련 삼성 측과 동아일보 기자의 만남 이후 벌어진 일이다. 

동아일보 출판국 소속의 윤영호 기자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잡지 ‘매거진 D’에 “아버지 뛰어넘으려는 조급증, 화 부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A 임원에게 ‘사업 현안’을 보고받은 후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어떻게 할 건가요”라고 몰아세운 후 A 임원이 대답을 못 하자 “뛰어내리세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의 해당 발언이 기사화되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는 삼성 문화를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매거진 D’ 측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기사를 공유했다. 한 ‘매거진 D’ 독자는 “동아일보다운 기사다. 다수 언론이 삼성 눈치만 보는 이 시점에 이런 기사를 싣는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기사를 동아가 더욱 많이 내기를 기대한다”고 칭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가 지난달 31일 동아일보 ‘매거진 D’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위)에 소개됐지만, 현재 동아일보 홈페이지(아래)에선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이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해당 페이스북 링크를 타고 접속을 하면 동아일보 홈페이지상에선 “해당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 뉴스 섹션에서 기사가 링크된 주소를 들어가면 “이 기사는 언론사의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다만 ‘매거진 D’ 네이버 포스트에만 해당 기사가 남아 있는 상태다.

해당 기사를 쓴 윤영호 기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 노출은) 내 소관이 아니어서 모른다”고 답했다. 자신은 페이스북용으로 기사만 넘겼을 뿐 기사가 왜 삭제됐는지, 기술적 문제인지 내용 때문인지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매거진 D’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노코멘트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기사를 쓴 기자와 직접 만나 ‘일단 사실 아닌 데다 이 부회장의 표현도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설명을 했다”며 “담당 기자는 ‘알겠다’며 ‘고민해 보겠다’고만 말했을 뿐 이후 기사 내용 관련 별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사실 관계오류가 있었다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거나 정정기사를 다시 쓰는 게 언론사의 상식적인 윤리다. 하지만 동아일보 측은 이미 노출된 기사를 아예 삭제하고, 지난 3일 검색으로 찾기 어려운 네이버 포스트에만 기사를 수정 없이 올려놨다. 동아일보가 삼성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 자기검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일 ‘매거진 D’ 네이버 포스트에 올라온 “아버지 뛰어넘으려는 조급증, 화 부를 수 있다” 기사
윤 기자는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이런 태도는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조직은 얼어붙게 되고 문제가 생기면 남 탓만 하는 풍조를 만든다. 당연히 건전한 소통이 자리 잡을 여지는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윤 기자는 이어 “삼성 내부에서는 이런 조직 분위기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며 “A 임원 사례를 전해 준 삼성 관계자는 ‘지나친 실적주의에 따라 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게 되고 개발 담당 엔지니어들은 출시 시기를 늦추더라도 검증을 더 해봐야 한다는 소리를 절대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돼버렸다’면서 ‘이것이 결국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기자는 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도 “시장에서는 삼성 오너가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금융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것이 삼성의 목표라고 관측한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는 것을 금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갤노트7 단종 사태를 계기로 삼성이 수직 계열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부회장이 기득권만 포기한다면 쉽게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어떻게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면서 “그것이 삼성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이 부회장 자신을 포함한 오너 일가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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