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메갈리아의 티셔츠를 입은 김자연 성우의 목소리는 ‘넥슨’ 게임에서 삭제됐다.

김자연 성우 사건 이후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논평을 냈지만 철회됐다.

4개월이 지난 11월 1일, 김자연 성우를 지지하고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해온 송미나 일러스트 작가는 ‘넥스트 플로어’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일러스트 작업이 삭제되는 일을 겪었다. 

1일 ‘넥스트 플로어’는 공식입장을 내고 “어떤 형태로든 논란이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는 게임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작업과 논평을 삭제한 질문은 하나였다.

“너 메갈이지?”

미디어오늘이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이시스’를 그렸고 일러스트 삭제를 당한 송미나 작가와 4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트위터와 메일 등을 통해 진행됐다.

▲ 송미나 작가가 작업한 '이시스' 일러스트.
-김자연 성우를 지지했고, 이후로도 계속 페미니즘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4개월이 지난 일인데 다시 논란이 되고, 결국 일러스트 작업이 삭제된 정황이 궁금하다.

송미나(오네) 작가: “비판의 첫 시작은 김자연 성우님의 페미니즘 티셔츠 인증 사건 때부터 시작됐다. 그때 저는 성우님에 대한 대우가부당하다고 여겼기에 ‘티셔츠를 인증하여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말한 것은 문제가 없고 성우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너도 메갈이냐’는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력적인 낙인이었다.

이후 내가 ‘메갈리아는 언제나 옳다’라고 말했다거나 ‘메갈리아 회원임을 인증했다’는 허위사실이 돌기 시작했다. 인증을 한 적도 없고, 메갈리아가 언제나 옳다고 한 적도 없으며 메갈리아의 티셔츠 후원의 경우는 김자연 성우의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알게된 것인데 어떻게 후원을 했다는건지 내가 더 궁금하다.

이후로 계속 ‘너 메갈이지?’라는 말을 들었고 이런 걸 물어보는 그들의 심사가 낙인폭력을 위한 뒤틀린 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트위터에 ‘페미니즘 말하면 죄악인 줄 아는 성차별주의자, 한남충이냐?’라는 말을 남겼다. 이 때 당시의 대화와 해당 트위터는 지웠다.

이후 또 계속해서 ‘너 메갈이냐?’는 트위터들이 줄지어 들어오길래 ‘그럼 너는 한남충이냐?’고 답했다. 트위터에서 이렇게 답을 받은 사람들이 ‘이 작가가 메갈이다’라는 소문(?)을 냈고, ‘넥스트 플로어’에도 알렸다. 그리고 내 작업물이 내려갔다.“

▲ 데스티니 차일드 측이 올린 공지문.
-왜 ‘너 메갈이냐?’는 말에 ‘그럼 너는 한남충이냐?’고 답했는지?

"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한 것인데 ‘메갈이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들에대해 ‘그럼 너는 한남충이냐’고 답한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도 겪어봐야 알 것이라 생각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지지하는 사람에게 ‘메갈이냐’고 물어봐서 ‘아니다’고 답해도, 무시해도 ‘결국 넌 메갈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이다’라고 답하면 ‘너가 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한다. 도대체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언지 나도 알고 싶다. 왜 자신의 마음대로 페미니즘의 형태를 구축하려 드는지 알 수 없다."

-일러스트가 내려간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됐나? 통보방식은 어땠나?

"처음 알게된 것은 나에게 ‘메갈이냐’라고 물어봤던 사람이 ‘님 일러 내려감’(너 일러스트 내려갔다)이라고 트위터를 보내서 알게됐다. 그후 통지 메일을 받았다. 공지 이후 메일을 주셨다고 했고,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솔직히 아무 느낌이 없었다. 예상대로 내렸갔구나 같은 정도였다. 이전 김자연 성우 사건에 나와 같이 페미니즘에 대해 발언했던 작가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봤었기에 ‘내가 참여한 게임이 런칭하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고 마음 정리가 된 상태였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이 분야가 성차별이 짙다는 것은 이미 인지 하고 있었다."

-사건 이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정신소모가 가장 힘들다. 대응을 하기 싫어도 눈에 보이니 신경이 쓰이게 되고 답을 안하면 안하는 대로 답답하고 답을 하면 답을 하는 대로 답답하다. 정신소모가 심해 사실 일에 지장을 주고 있어서 마감이 걱정된다.

그런데 사실 좋은점도 있다.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시고 연대해주시는걸 직접 보고 느끼게 되어서 좋다. 이에 대해 소리를 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셨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페미니즘에 관한 소리에 힘을 크게 키워주신 것은 함께 작업했던 ‘루키아나’님의 발언이었다. 너무나 감사하다.

또 이제 저는 더 이상 눈치 보지않고 페미니즘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그전에는 사실 조심스럽게 밖에 말을 하지 못했었기에 너무나 답답했다. 또한 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의 페미니즘을 만들어간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더 이상 누가 나에게 ‘과격하다, 그러므로 너는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에 나의 입장을 말할 수 있게되어서 좋다."

▲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인증한 여성 성우에 대해 네트즌들이 항의를 제기하자 넥슨은 하루만에 여성 성우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자연 성우 트위터
-김자연 성우 사건 이후에도 '예스컷' 운동 등 업계에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사실은 정말로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그들 말대로 온건하지도, 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너의 행동을 고쳐라’, ‘너의 언사를 고쳐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리고 ‘네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면 너는 언제나 옳아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페미니즘을 접하게 된 계기는 록산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책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 운동은 인간이 만든 운동이기에 결함이 존재하고 완벽하지 않다’고 말해줬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고, 지금도 어느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성차별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실패를 하면 잘라내고, 맞다면 붙이며 구축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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