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 여론은 두 가지다. 지금 바로 퇴진해 검찰 수사를 제대로 받든지, 특검수사 제대로 받은 후 퇴진하든지."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의 꼬리자르기 수사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직접 중대한 헌정 질서 파괴 및 실정법 위반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을 고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 제3자뇌물공여죄, 공무집행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 참여연대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중대한 헌정 질서 파괴 및 실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문고리 3인방' 정호성·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재벌대기업 총수 7인이 피고발인에 포함됐다. 재벌 총수 7인은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해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을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들이 직접 대통령 고발에 나선 이유는 대통령이 현 사태의 몸통임에도 검찰이 철저한 수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고발장 제출 전 짧은 기자회견을 연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과 안종범에 대해서 검찰은 뇌물죄는 전혀 묻지 않고 입증하기도 어렵고 처벌도 잘 되지 않는 직권남용과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면서 "박 대통령에게도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 처장은 "그래서 우리가 직접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 왔다"면서 "이 문제를 철저히 수사하지 않고 서면조사로 끝낸다면 그 수사는 무효다. 바로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10월25일 JTBC 뉴스룸 화면.

이들이 주요하게 묻는 혐의는 크게 뇌물죄와 헌정질서 파괴다.

재벌 대기업들이 박 대통령 및 청와대의 압력으로 거액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기금을 냈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수차례 확인됐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직접 "2015년 하반기 박 대통령이 직접 재벌 회장을 만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직접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소개했다. 기업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가 모금을 지시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재벌기업들이 '강제 모금'의 급부를 청와대로부터 받은 정황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을 작성한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이 이뤄졌던 당시 노동자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개혁5법, 재벌 구조조정을 쉽게 하는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추진됐다"면서 "재벌도 위법·탈법 경영을 하지 않았다면 정권에 돈을 대고 줄을 설 이유가 없다. 재벌과 박대통령은 국가권력을 사고 판 공동정범"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모금과정에 깊이 개입한 박 대통령, 안종범 전 경제수석, 이승철 부회장, 최순실 등은 재벌기업들로부터 금품을 받기로 공모했다는 의혹, 재벌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뢰죄의 공모공동정범 혐의를 적용했다. 재벌 총수 7인에겐 뇌물을 공여했다고 볼 수 있어 형법 제133조 뇌물공여죄의 공동정범 혐의가 적용됐다.

박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혐의는 다방면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 집행위원장은 "국민은 박대통령을 뽑았지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은 게 아니"라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이 준 대통령 직무를 그대로 최순실에게 넘겼다. 그냥 헌법 위반이 아니라 중대한 헌법 위반, 실정법 위반"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최순실씨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의 관용차량을 이용해 검문없이 장관급 이상이 출입하는 청와대 정문을 드나들었고 최씨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경호 책임자를 경질했다는 보도가 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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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기밀누설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대한 법 위반 등은 국정 운영에 관한 각종 기밀을 민간인에게 누설한 죄다.

죄를 입증한 정황은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JTBC는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를 입수해 최씨가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 '중국 특사단 추천의원', '호주 총리 통화 참고자료' 등 외교 문서를 소유했다고 보도했다. '외교상기밀누설죄'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도 미리 받아봤다. JTBC 보도를 통해 확인된 '공무상비밀누설죄' 정황이다.

특히 최씨가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의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순실이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확인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이에 개입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이 사실을 알고 제3자에게 누설한 정황이 확인된 최씨도 같은 혐의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은 최씨와 국가의 '군사기밀사항'을 공유한 정황도 있다.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 하기 전 준비된 사전 시나리오를 최씨에게 미리 전달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해당 문서엔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 접촉한 사실이 포함된 민감한 외교 안보 사안이 담겨 있었다. 최씨와 박대통령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

참여연대는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 반드시 박 대통령을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이 귀국한 최순실씨를 즉시 수사하지 않고 31시간의 '증거인멸' 시간을 준 뒤 수사했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의 깊은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직접 대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발장을 함께 제출한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사건에서 검찰이 실체를 밝혔다면 오늘처럼 이렇게 난파되는 대한민국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나라가 바로서려면 검찰이 바로 서야 한다. 검찰이 역사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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