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카자흐스탄과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 정상외교 행보에 나선다.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고 외치에 전념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내치와 외치가 연결된 정치 문제라는 점에서 외치를 맡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열고 공식 만찬을 주재한다고 3일 밝혔다.

회담에서는 한국과 카자스흐탄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평가하고 실질적인 경제협력 확대, 북핵·북한 문제를 비롯한 지역 및 국제무대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덴마크 정상회담을 위해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 행보를 시작한 데 대해서는 외교·안보·통일 분야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인식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실제로 청와대는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안을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2일 “총리가 내치를 전담한다”고 부연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사표가 수리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을 대신해 참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면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국민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탄핵했다. 외국 정상이 회담 파트너로 인정하겠느냐”며 청와대의 외치·내치 분리 발언에 대해 “한가한 소리다. 외치는 외유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외치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해외 언론도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유라시아의 스콧 시먼 아시아 선임 분석가는 “정부의 리더십 능력에 대한 신뢰가 급락했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소비자 지출과 투자, 국내총생산(GDP) 타격을 경고했지만 외교 정책도 걸려 있다”며 “그동안 노력해 왔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고 미국 경제지 CNBC가 3일 전했다.

시먼 분석가는 “특히 국민과 야당은 북한의 기밀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계획과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만약 스캔들로 이 같은 계획이 무산되면 일본의 분노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지도 2일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스캔들이 주식 및 통화 시장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지만 북핵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우려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나머지 임기 동안 남북관계의 극적인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미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30일자 1면 톱 기사에서 “박근혜 정권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이행,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협력도 진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국이 연내 체결을 목표로 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가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평가에서도 외치를 담당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10여차례 해외 순방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는 대선 공약이던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 파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 전교조 법위노조 판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망언 논란 등 국내 정치적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직후 UAE 원전 설치 행사 참석차 해외 출장을 떠나 지탄을 받았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3대 원칙을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문까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내치 뿐 아니라 외치까지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외치에 전담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내치 뿐 아니라 외치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박근혜 정부 들어 통일·외교·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 문제 해결에 자주 이용해 왔다. 정상외교는 신뢰가 중요한데 다른 나라 정상이 박근혜 정부를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정할지도 의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내치든 외치든 손을 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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