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방송을 적극적으로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규제 법제화까지 추진된다. 음란물을 잡겠다는 명분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제작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인터넷 방송을 규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프리카TV같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자사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음란물 등 불법정보를 차단하고 모니터링 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미방위 현안 중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해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법안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방송이 도마에 오른 이후 후속조치로 나온 것이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방송과 인터넷 방송을 구분할게 아니고 같은 기준으로 차등적으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권 의원은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들이 고수익과 사회적 트렌드란 이유로 난립하기 전에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 규제기관은 인터넷 방송에 대한 압박을 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14일 인터넷방송업체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정찬용 아프리카TV 부사장, 김대권 팝콘TV 대표, 김경익 판도라TV 대표, 이병선 카카오 부사장,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 임재현 구글코리아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 법안과 별개로 정부 차원의 규제도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감에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인터넷방송은 현재 통신으로 분류되고 있다.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방송까지 방송으로 묶을 수 있는 제도개선 논의를 시사했다. 

인터넷 방송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특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관리하는 업체가 모인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협회는 2일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반대”의견을 냈다. MCN협회는 “음란물이라는 사회적 기준이 논의된 바 없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다 해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견서에서 조윤하 비디오빌리지 대표는 “대국민을 상대로 하는 공중파 방송은 자율성보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의 입맛에 따라 방송하고 시청하는 개인인터넷방송은 자율성을 잃는 순간 생명을 잃는 바와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음란물만 잡겠다고 할 수 있지만 이은권 의원의 법안대로라면 인터넷 방송사업자들이 자사 방송을 완벽히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사실상 사전검열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번 통제 체계가 마련되면 정치적 편향성 등에 대한 검열도 가능하게 된다. ‘나는꼼수다’ 열풍이 한창이던 2011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만들고 SNS 및 스마트폰 앱의 심의·감시업무를 추진해 “팟캐스트 심의제재를 위한 기구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화면 갈무리. 인터넷 방송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일부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 법제화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방송을 방송으로 보는 시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손지원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인터넷 방송은 비유적으로 방송이라는 표현을 쓸 뿐 정부가 허가하는 방송과 무관한 개념”이라며 “1인방송, 팟캐스트 등 사적 표현물을 관리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사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미 정보통신망법이 인터넷에 유통되는 불법 정보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방송을 대상으로 별도 규제를 만들면 ‘중복규제’우려도 있다.


MCN협회는 역으로 국회에 3단계 자율정화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3단계는 △기존 플랫폼사의 자율 모니터링 제도 확대 △모니터링 및 관리기구에서 배심원단을 선발해 제보가 들어온 문제적 콘텐츠에 대한 심사 및 평가 진행 △조회수나 유명세가 낮더라도 양질의 콘텐츠를 발굴해 ‘클린 콘텐츠’ 권위 부여 등이다.

이 외에도 MCN협회는 국내 플랫폼 역차별과 시장의 성장 저해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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