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됐다.

청와대는 한 전 위원장 내정 배경에 대해 "화해와 포용의 가치를 바탕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을 국민적 시각에서 보좌하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돼 발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호남출신, 화합형 인사라는 수식어를 내세운 정국 수습 과도기용 비서실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한 전 위원장은 호남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박근혜 정부의 보여주기식 통합 행보의 장치로 활용돼 왔다. 매번 국무총리 후임 인사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결국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나서 비서실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배에 올라탄 전력이 이를 말해준다.

새누리당은 "정파를 초월한 위치에서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과 인품을 가진 훌륭한 분"(김성원 대변인)이라고 치켜세웠지만, 박 대통령을 옆에서 끝까지 지켜줄 인사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허울뿐인 비서실장이 될 거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서울 관악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하고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이어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 이력을 180도 뒤집는 행보를 걸었다.

한 전 위원장은 5. 16 쿠테타와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화 운동을 벌여 두차례 감옥에 갇힌 바 있다. 내란 음모 사건으로 구속 중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며 전두환 정권과 각을 세웠고, 민주당 대표 등 중책을 맡아 4선 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비서실장을 지냈다.

한 평생 DJ맨으로 살아왔던 한 전 위원장은 2012년 10월 5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입당 발표 기자회견을 갖는다. 한 전 위원장은 "이제는 사과 뿐 아니라 여러 문제를 대화로 풀 기반이 돼있다"며 "민주화 세력 전체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역사 속의 화해는 거의 다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해 "준비된 대통령"이라며 "기회가 되면 실행시키려는 성실함과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로 믿음과 원칙이 있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에선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한 전 위원장 영입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논란이 커지는 결과만 가져왔다. 당시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한 전 위원장에 대해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에 연루돼 3천만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인 2003년 나라종금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속됐는데 당시 안 전 대법관은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사건을 지휘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한 전 위원장은 대선 캠프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는 선에서 그쳐야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 전 위원장은 국무총리 후보자의 단골손님이었다.

초대 총리 후보자로 국민대통합을 위해 호남출신 인사가 적합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유력한 후보자로 떠올랐지만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총리 후보자로 내정됐다.

김용준 전 재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 및 자녀 병역 면제 논란으로 사퇴한 뒤에도 한 전 위원장은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 총리로 지명됐다.

2014년 5월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또다시 한 전 위원장이 후보자로 거론됐고, 화합형 총리 얘기가 나왔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문제로 사퇴를 했고, 이후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지명됐다. 지난 2015년 2월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한 전 위원장의 이름이 또다시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결국 국무총리 후보자 명단의 들러리가 됐을 뿐 화합형 총리의 꿈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 한광옥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 사진=포커스뉴스

직함으로 가지고 있었던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평가도 인색하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013년 7월 출범한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지만 국민대통합 작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민간위촉위원 18명을 비롯해 20개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원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기구였지만 정기회의조차 정부 인사가 불참하면서 전시 기구로 전락했다. 오히려 국민통합이라는 구호만 허망하게 들릴 뿐 지방정부, 노동계, 여야 등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존재 자체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 전 위원장은 끝내 대통령 비서실장에 내정됐지만, 국민통합형 인사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도 그의 과거 전력이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었을 뿐 아니라 180도 변신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2012년 박 대통령으로부터 새누리당 입당을 제안 받으면서 “국민대통합은 시대정신이다. 입당의 결정적 계기이며 지역갈등과 계층ㆍ세대 간 갈등을 이번에 해소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통일을 전향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는데 합의를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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