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거국 내각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하야 요구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하야 촉구’ 성토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있는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민은 하야를 원한다’라는 주제의 성토대회를 열었다. 김종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어제도 여의도역 앞에서 (하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고 오늘 아침에도 하고, 점심 때도 했다. 많은 국민들이 지나가면서 힘내라고, 반드시 하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국민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종오 의원과 저는 모든 야당 의원들에게 대통령 하야를 위한 국회모임을 하자고 제안 드렸다. 오늘부터 그 모임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며 직접 호소할 것”이라며 “최순실 하나 구속시킨다고, 민정수석이 우병우에서 최재경으로 바뀐다고 이 나라의 기강이 바로서고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겠는가. (대통령은) 이미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신뢰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성토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종훈 의원 페이스북
내일신문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달 31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9.2%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콘크리트’라 불리던 대구경북의 지지율은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8.8%에 그쳤다.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7.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 기관 (주)에스티아이에 의뢰해 2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거나(37.9%) 국회가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31.1%)는 응답이 69.0%에 달했다.

1일 성토대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박 대통령이 하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대학생 김승주씨는 “최근 학교에서 일어난 부패와 비리를 보면서 ‘내부자들 같은 영화 속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며 학교에서 서명운동을 했다”며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과제 낼 때 최순실의 딸은 학교도 안 나오고 문자메시지로 과제내면서 학점을 받았다. 우리가 잘못한 건 대통령 최측근이 아닌 부모를 둔 죄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제 (정유라의) 변호사가 ‘아직 정유라는 세상에 풍파를 견딜만한 나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유라가 받았던 학점과 블로그를 베껴 낸 과제로 받은 학점, 교수들의 밀착 특별대우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라며 “정유라는 제대로 된 풍파가 뭔지 절대모를 것이다. 진짜 풍파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훨씬 평범한 대다수 대학생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 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여론조사

김씨는 또한 “이화여대 학생들이 90일 가까이 싸워서 최경희 총장을 사퇴시켰다. 싸우는 동안 복지를 늘려주겠다는 식의 일부 양보와 회유가 있었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고 싸웠다”며 “그 때 학생들이 내걸었던 것은 ‘사퇴로 이 사태를 끝내겠다’ ‘사퇴만이 사과다’였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래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거국중립내각이니 비서진 교체니 하지만 꼬리자르기이고, 지금 속으면 또 속을 일만 남을 뿐”이라며 “최경희 총장이 퇴진한 다음에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제대로 된 조사도 처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정철우씨는 “국회의원은 투표를 통해서 당선된 사람들 아닌가. 하지만 국회에서는 누구도 국민들의 하야 및 퇴진하라는 목소리 대변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국회는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던 대학생들 중 한 명이다.

정씨는 “이원종 비서실장이 (최순실 의혹에 대해) ‘지금이 봉건시대냐’고 했다. 봉건시대였으면 (박 대통령은) 벌써 쫓겨나고 프랑스혁명 때의 루이16세처럼 단두대에서 처형됐을 것”이라며 “국민 편에 서서 국민 입장을, 국민 목소리를 대변해주시기 바란다. 국회는 박근혜를 탄핵해야한다”고 말했다.

특수학교에서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하는 조영란씨는 “학교 급식실도 이렇게 엉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영양사가 식단표를 짜주면 각자 역할에 맡게 조리한다 그 과정에서 외부사람은 물론 교장선생님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며 “비선실세가 뭔지 잘 모르지만, 국가는 대통령이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을 보면 어이가 없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밝혔다.

조씨는 “정부는 급식을 위한 수세미, 퐁퐁조차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구입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창조경제니 뭐니하며 최순실씨한테는 왜 그렇게 돈을 펑펑 가져다 쓸 수 있게 내버려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조현임씨는 “부모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우리 때는 장래희망을 물으면 대통령이라고 쓴 적이 많았는데 이제 아이들 꿈에 대통령 같은 건 없을 것 같다. 이런 대통령이 돼서 뭐하나”라며 “정유라씨가 SNS에 ‘돈도 실력이야’ ‘억울하면 돈 많은 부모만나’라고 썼다는 사실을 듣고 주변의 부모들이 너무나도 큰 자괴감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왜 애를 낳아서 이런 세상에 던져놨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조씨는 “오늘도 (최씨가) 몇천 억 대 기획을 설계했다는 이야기가 TV에서 나왔다. 나는 당장 내 애한테 내복 3개 사줄 거 2개 밖에 못 사주고 단풍 구경도 기름 값 때문에 쪼들려서 못 가는데, 현실과 뉴스 사이에서 괴리가 크다”며 “아이들이 모든 뉴스를 다 알고 있는데, 부모로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식의 기준을 망가뜨려 버렸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많이 본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잘못하면 바로 사과하고 진짜 잘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면 다 처벌받는다. 그런 그림책을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은 그게 상식이고 바로 사는 것이기 때문 아닌가”라며 “적어도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의 기준처럼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이런 사람들은 구속시키거나 하야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모든 부모들과 청소년들, 어린이들의 상식과 기준을 다 망가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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