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1월 1일자 "최순실, 행정관 차 타고 청와대 수시로 드나들었다" 보도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JTBC가 최순실씨의 PC에서 대통령 연설문이 나온 내용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청와대를 궁지에 몰리게 만든 것처럼 한겨레 보도는 이와 버금가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우선, 한겨레의 보도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가장 구체적으로 확인하면서 최씨의 국정농단이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이뤄졌고, 국정개입의 정도가 청와대가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이뤄졌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최초 최씨의 청와대 출입설을 보도한 건 선데이저널이었다. 선데이저널은 최씨가 특정 종류의 차를 타고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22일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최씨가 비교적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항간에는 최 씨가 청와대를 출입할 때 몰라본 파견 경찰이 원대 복귀 조치됐다는 애기도 돈다"고 썼다.

그리고 이어 헤럴드경제는 "청와대 경호 책임자였던 원경환 청와대 경호실 경찰관리관(경무관)과 김석열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장(총경)의 2014년 초 갑작스런 경질성 인사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 청와대를 들락날락하는 최 씨를 일선 경찰관들이 못 알아보고 검문ㆍ검색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라고 밝혀 최씨의 청와대 출입설에 좀 더 가까운 보도를 내놨다.

헤럴드경제는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당시 대통령 경호상 특별한 문제가 알려진 바 없음에도 경찰관리관과 101단장 모두 이런 인사가 났다는 것에 대해 청와대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최순실 씨를 일선 경찰관들이 못 알아보고 검문검색했다는 것이 이유로 지적됐다"고 전했다.

헤럴드경제의 보도는 하지만 최씨가 어떻게 청와대를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고, 직접 증언 형태가 아닌 전언이라는 점에서 출입설을 사실로 만드는 결정타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한겨레가 이날 내놓은 보도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어떻게 최씨가 청와대 정문을 거리낌 없이 출입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한겨레는 "최순실씨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의 뒷좌석에 앉아 검문·검색을 받지 않은 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해 경내에 드나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TV조선 보도 화면에서 최씨가 대통령 의상을 고를 때 옆에서 최씨를 '보좌'했던 인물이다.

한겨레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행정관은 청와대 소유의 차량을 몰고 최순실씨의 집이나 사무실 등으로 가서 최씨를 태우고 청와대로 들어왔다"며 "나갈 때도 이 행정관이 최씨의 행선지까지 운전을 해줬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최씨가 드나들었던 문은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 사이에서 '11문'으로 불렸던 곳으로 청와대의 정문에 해당하고 장관조차도 출입증을 보이고 얼굴을 대조한 뒤 출입이 가능하지만 최씨는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하고 출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21일 국회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에서 이영석 경호실 차장이 '최순실씨가 청와대에 왔다 간 적이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모든 청와대 출입기록은 남는다”며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전면 부인할 수 있었던 것도 설명이 가능하다.

한겨레의 보도는 향후 박 대통령의 사과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확증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 최순실 게이트 모든 의혹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청와대를 출입하고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는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의견 전달이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국정을 논의하는 비선 실세의 동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씨가 대통령의 옷을 만들고 전달해주는 역할에 머무를 수 있지만 굳이 최씨가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청와대에 출입했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최씨의 도움을 받는 것을)그만뒀다"고 했지만 최씨가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이 제시될 경우 박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한 말이 거짓말로 들통나게 된다.

한겨레 보도는 단순히 공사도 구분 못한 대통령의 처신을 꾸짖는 것을 넘어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아직까지도 거짓말을 하고 있고 최씨가 청와대까지 출입하도록 가능하게 만든 대통령 자신이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 제공자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말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 청와대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청와대 내부의 균열이 본격화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겨레 보도는 ‘최순실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국정운영에 개입한 흔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2014년 4월 16일 최씨가 청와대로 출입한 기록이 있다면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비밀도 한꺼풀 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014년 10월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집무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곳에 있다. 관저, 본관, 위민관 등 여러 곳"이라며 "대통령이 계시는 곳이 바로 대통령 집무실"이라고 답한 바 있다.

▲ 최순실씨가 10월31일 오후 3시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의혹과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자료 사전 열람 의혹 조사를 위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검찰 수사에서 문건 유출의 경로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겨레 보도는 최순실씨가 직접 문건을 유출한 당사자로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청와대 출입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최씨가 청와대를 나오면서 국정과 관련돼 있는 문건을 유출했을 수 있다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최씨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누구를 접촉했는지 여부도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한겨레 보도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인 '불통'을 부각시키는 내용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대면 보고를 받지 않아 불통의 상징이 돼 왔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옛날에는 전화도 없고, 이메일도 없고...지금은 그런 것이 있어서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해야 할 때가 더 편리할 때가 있어요. 대면보고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2015년 신년 기자회견)라고 하기도 했다. 실무 장관조차도 대통령 얼굴을 맞대고 보고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공인도 아닌 사인인 최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하고 대통령과 직접 대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국민들이 허탈감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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