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당시 정수장학회와 인혁당 사건 등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직결된 과거사에 대해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보고를 참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박근혜 후보를 도운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3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수장학회나 인혁당과 관련해 공식 라인(의 입장)과 다른 견해가 엉뚱하게 발표됐다”며 “비선에서 보고서 등을 만들고 (박 후보가) 참고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012년 10월21일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의 정당성과 자신의 무관함을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당초 선거 캠프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고(故)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 등 무고한 기업인 재산을 강탈해 만든 5·16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에 대한 후보의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반대로 입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사진=노컷뉴스)
당시에도 정수장학회 정당성을 강조한 원고를 써준 이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현재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대통령 연설문 등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 인혁당·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이슈를) 맡아서 준비한 게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었다”며 “과거사를 사과하는 메시지를 만들어줬는데, 정작 기자회견에서 엉뚱한 걸 읽더라. 막판에 엉뚱한 쪽지를 써줬던 게 정호성(3인방 중 메시지 담당자)이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박근혜 후보는 2012년 9월10일 라디오에 출연해 ‘2차 인혁당 사건’으로 불렸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한 데 이어 다음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도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있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버지가 연루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박 후보 측 비선에서 보고서 등을 만들어 올린 것으로 안다”며 “(대선 국면) 당시에도 최순실이 있다는 건 감지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2년 MBC 기자·PD·아나운서 등 언론인 ‘170일’ 파업과 관련해 박근혜 후보의 메신저로서 언론노조 MBC본부(당시 본부장 정영하)와 물밑에서 소통한 인물이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을 풀었음에도 당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된 것과 비선은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의원은 ‘MBC 문제’와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MBC는 나와 박 대통령간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MBC노조의 기자회견이 맞다”고 말했다. MBC 문제에 있어 자신이 ‘직통 채널’이었고 여기에는 비선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7월 파업을 접었는데, 그해 11월 김재절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자 “박근혜 후보가 김재철 퇴진 약속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MBC본부가 주장한대로 이 문제에선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공영방송 MBC의 인사문제에 개입, MBC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시키도록 획책했다”고 폭로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이 최순실의 존재를 모르면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 과거 핵심 측근이 이제와 최순실 등을 비난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씨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측근들이)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다는 걸 몰랐다면 거짓말”이라고 주장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이 적확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 사람(최순실)이 옷 심부름 등을 했다는 거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언론계는 방송사 인사와 관련해 최씨를 포함한 대통령 비선들의 개입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1일 조간을 통해 20년간 최씨 자매(최순실·최순득)와 매주 모임을 가졌다는 친구 A씨 인터뷰를 했다.

A씨는 조선일보에 “어느 날 식사하는데 순득씨가 전화를 받더니 ‘OO방송국 국장을 갈아치워야 한다’, ‘PD는 OO로 넣어야 된다’고 하자, 순실씨가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통화를 한 뒤) 한참 뒤에 돌아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31일자 언론을 통해 새로운 비선 측근으로 떠오른 순득씨와 순실씨가 방송사 인사에 개입한 정황으로 읽혀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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