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지난 29일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로 분출된 가운데, 집회 현장에서 MBC 기자가 쫓겨나는 영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유튜브 유저가 29일 업로드한 “MBC 기자들의 굴욕…”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동아일보사 인근에서 취재하던 MBC 기자들이 시민들에게 욕설을 듣고 쫓겨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이 유저는 “오늘(29일) 집회 현장에서 MBC 기자들이 방송 준비를 하길래 바로 붙어서 촬영한 영상”이라며 “MBC가 해온 일들과 지금 남아있는 기자들이 과연 시대정신을 갖고 기사를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저들이 받은 가혹한 비난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슴 한쪽 언저리 어딘가가 아려오는건 어쩔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취재 기자와 사다리에서 영상을 찍고 있는 카메라 기자에 대한 시민들의 욕설과 비난은 정부·여당 편향적인 MBC 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추락한 MBC 위상을 보여준다.

▲ MBC 취재진들은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 취재 중 시민들의 반발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났다. (사진=유튜브 영상)
“MBC가 왜 와 있으냐”는 한 시민의 물음은 곧 MBC 기자를 향한 시민들의 지탄과 비난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기레기들이 왜 와있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기자정신이 없다”, “쪽팔린 줄 알아라”, “정신차려라”, “니네가 언론사냐. 임마”, “X새끼들아. 꺼져 X새끼들아” 등의 입말을 쏟아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MBC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계속되는 비난에 카메라 기자는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제스처를 보였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취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들은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리고 자리를 피했다.

한 MBC PD는 이 영상을 두고 SNS에서 “참담하다”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MBC 구성원들의 처절한 투쟁이 좌절된 후 지금의 MBC에서는 경영진과 간부 그리고 새로 채용된 직원들이 정권과 운명공동체가 돼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싸우다 잘리고 쫓겨난 직원들의 새로운 분발, 최악의 상황에서 조직을 지키고 있는 노동조합의 이니셔티브, 시민들의 참여가 결국에는 MBC를 살려낼 거라 믿는다”며 “죽을 죄를 지고 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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