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하 언론사를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는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7일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시행령 개정안에 반발해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결과다. 이로써 인터넷신문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 소규모 언론을 통제하려했던 박근혜 정부 개정안은 실패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5인 이상 상시고용의 경우만 언론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고용 조항 및 확인조항은 소규모 매체들을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오히려 그 매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절차의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언론의 신뢰성과 사회적 책임의 제고라는 측면에서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이 달리 취급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인터넷신문에 5인 이상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종이신문에 대해서도 인적 구성요건에 대해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시행령 개정안이 “내용을 사전에 통제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지만 고용조항과 확인조항은 인터넷신문의 발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인터넷 신문은 그 특성상 적은 자본력과 시설로 발행할 수 있다. 인터넷신문에 대해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신문의 부정확한 보도로 인한 폐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덜 제약적인 방법들이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2014년 말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에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5950여 개다. 기존 신문법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은 취재·편집 인력을 3명 이상 고용하면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은 취재·편집 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인터넷신문 등록 신청시 제출하던 ‘취재 및 편집 담당자 명부’ 대신 상시 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에 대한 가입내역 확인서’ 제출을 명시했다.

쉽게 말해 앞으로 정규직 5명을 고용하지 못하면 언론이 아닌 셈이었다. 2014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신문의 평균 기자 수는 4.5명이다. 지난해 8월 문화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인터넷신문 등록을 위한 최소 상시 고용 인원을 증원하여 인터넷신문의 기사 품질 제고와 함께 언론매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여 인터넷신문 난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정부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이 강화되면, 1~4명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인터넷언론은 ‘미등록 언론’이 되는 것이었다. 도형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어떤 법이든 시행하기 전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문화부는 입법예고 전 단 한 차례도 우리 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출범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인터넷언론의 포털 뉴스서비스 퇴출근거로 ‘5인 미만’을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이 경우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소규모 언론 퇴출로 트래픽과 온라인 광고 등 이득을 얻게 될 대형 언론사일 것이란 예측이 있었다. 기존 인터넷신문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1월18일부터 시행령 적용 대상이 될 예정이었다.

당장 정부 주도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언론위원회는 “유사언론 행위는 매체 규모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어, 수단의 적합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강혁 민변 언론위원장(변호사)은 “자본력에 따라 언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사회적 소수자의 언론사 운영 기회를 박탈하게 돼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언론사 등록 기준을 완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볼 때 박근혜정부의 등록 기준 강화정책이 시대와 역행하는 방침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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