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건물 창문에 ‘청와대 방송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이 붙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디어센터 11층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27일 노조 측에서 건물 외벽 창문에 해당 피켓을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과거에도 공정방송 파업으로 부당 해고된 해직자 복직과 부당 징계 철회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붙인 바 있다.

특히 이날은 그동안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음이 드러난 최순실씨 관련 의혹 보도를 축소하고 대통령 발언 전달에 충실했던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MBC 보도국이 뒤늦게 특별취재팀을 꾸린 다음 날이다. 

27일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건물 외벽 창문에 ‘청와대 방송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이 붙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MBC 보도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MBC 보도국은 26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별취재팀(팀장 오정환)을 꾸리고 관련자 연락처와 영상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제작국 ‘시사매거진 2580’ 팀에서도 오는 30일 방송에서 최순실 관련 내용을 다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의혹 등 정권에 유리한 보도에 앞장서 왔던 MBC가 최순실 관련 타사의 굵직한 특종으로 대통령이 사과까지 한 후에야 뒤늦게 특별취재팀을 꾸린다는 소식에 내부 구성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MBC 기자는 “여태까지 최순실 의혹을 무시하던 MBC도 더 이상 묵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진실에 대해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보이고, 타사도 특별취재팀을 꾸리니 뒤늦게 따라가는 모양새”라며 “일단은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의 취재 바탕도 없이 이제야 연락처를 찾고 그림을 찍는 상황이어서 제대로 검증하긴커녕 최씨를 대변하는 역할만 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이날 노보를 통해 “MBC는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거나 ‘의혹이 잇따르고 불신이 확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을 충실히 받아써 왔다”며 “이제 와서 무슨 특별취재팀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 보도국 수뇌부들의 면피성 TF팀이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성제 MBC 해직 기자는 “치열한 현장의 경험도 없고 권력의 비리를 취재해 본 적도 없는 기자는 뭣이 중한지, 어디를 뒤져야 하는지 모른다”며 “지금 MBC 주요 출입처 기자들 다 모아서 최순실 특취반을 구성해서 풀어 놓아도 절대 JTBC 같은 특종 못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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