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비박계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순장조의 역할을 공당인 새누리당이 국민들 앞에서 할 상황은 아니다”며 사실상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 오로지 자기 정치의 모든 것을 바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스스로 퇴진하라는 말이냐, 사퇴하라는 이야기 아니냐, 사퇴하라는 이야기를 길게 하셨다”고 한 진행자 김어준씨의 거듭된 질문에 “굳이 그걸 제 입에서 끝까지 그렇게 나오기를 강요하느냐”고 애둘러 표현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봤지만 현재는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고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누구 잘잘못을 떠나서 새로운 진용을 갖출 수 있는데 스스로 자신을 비우고 희생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앞서 이정현 대표 사퇴를 촉구했던 하태경 의원은 사퇴 요구가 일축되자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되는 시점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대표에게 “최순실 사태에 연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정현 대표는 고해성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정현 대표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국정농단을 막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와 청와대 내의 최순실 비호세력을 말해야 한다”며 “이정현 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알지만 지금은 대통령 역린까지 건드리는 것이 꼭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가 지난 25일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 얘기를 듣고는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이정현 대표가) 이렇게 하니까 국민들이 오히려 비참해지고 새누리당은 완전히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이것에 대해 잘 몰랐다면 깨끗하게 사과하고 실수를 인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대표 사퇴 촉구는 ‘최순실 PC’ 자료 보도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이종구 의원은 26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현재 친박 지도부가 너무 청와대를 추종하는 데 그게 잘못됐다”며 “이 시점에서는 특히 청와대하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에서도 박인숙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최순실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 및 비대위 체제 출범을 촉구했다.

이정현 대표를 향한 사퇴 촉구는 일정 부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정현 대표는 최순실씨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25일 이정현 대표가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 얘기를 듣고는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했으나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녹화 사과’를 하면서 이정현 대표의 두둔도 무색해졌다. 이정현 대표는 25일 중진 의원들에게 긴급 회의를 요청했지만 참석자 저조를 이유로 무산됐다. 26일 이정현 대표가 최고위에서 ‘특검 수용’ 요구를 겨우 막아냈지만 몇 시간 후인 의원총회에서 뒤집혔다. 

친박계는 이정현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인 정우택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프로그램에서 “현재 지도부 사퇴는 안 된다”며 “비대위 구성 문제를 가지고 혹시라도 집안싸움이 벌어졌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현 대표가 참석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탈북자 출신의 조명철 전 의원에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북한인권재단 등 가동을 요청받고 조만간 당정회의를 개최해 관련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 주민 인권 관련 안건은 지난 국군의날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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