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의상 결정에까지 개입한 것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극비 사항인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을 한 달 전부터 인지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직자인 청와대 행정관이 민간인 최씨의 심부름을 맡는 모습도 포착됐다.

TV조선은 25일 저녁뉴스 프로그램 '뉴스쇼판'에서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만을 전담한 것으로 알려진 의상실에 출입해 의상 제작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포착된 영상을 단독 공개했다.

▲ 2016년 10월25일 TV조선 '뉴스쇼판' 캡쳐

2014년 11월3일 찍힌 영상에는 최씨가 초록색 재킷과 푸른색 재킷 두 벌을 직접 검수하며 직원들에게 지시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재킷은 모두 박대통령이 3일 이후 해외순방에서 입었던 옷이다.

영상이 찍힌 날짜보다 7일이 지난 11월10일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베이징TV와의 인터뷰에서 초록색 재킷을 착용했다. 색깔, 원단, 옷태가 흡사한데다 영상에서 최씨가 옷에 직접 대봤던 금장 장식도 박 대통령이 착용한 재킷에 재단돼있다.

G20 정상회담 참석차 호주를 방문했던 박 대통령은 한-뉴질랜드 FTA 체결했던 11월15일 영상에 나온 푸른색 재킷을 착용했다. 두 재킷 또한 옷감, 색감 등이 흡사하며 깃에 달린 흰 장식 디자인이 동일하다.

영상을 분석한 TV조선은 "재킷 정도가 아니라 신발부터 머리끝까지 (최씨가) 총괄했다"고 밝혔다. TV조선이 보도한 영상을 보면 최씨가 의상 시안을 고르는 모습, 직원이 이를 받아 적는 모습, 최씨가 원단을 뒤지고 장신구를 다는 모습이 찍혀 있다. 금장, 브로치 등의 장신구는 최씨가 직접 만들고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TV조선은 보도했다.

▲ 2016년 10월25일 TV조선 '뉴스쇼판' 캡쳐

TV조선은 이밖에도 한-중 정상회담, 정부세종청사 완공 기념일 등 해외순방, 정상회담, 국내 주요 행사 등에 입은 의상 대부분이 최씨의 손을 거쳤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이와 관련된 자료를 분석에만 몇 주씩 걸릴 정도의 방대한 규모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신분인 최씨가 정부의 극비 사항인 대통령 해외 순방일정을 한 달여 전부터 인지한 사실이 드러나 '국정개입' 논란이 더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TV조선이 입수한 2014년 9월에 있었던 박대통령의 4박7일 북미 순방 일정표에는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이 적혀 있다. 해당 메모는 '빨강', '보라', '흰색' 등 의복 색깔을 제시한 것으로, 박 대통령은 해당 날짜에 기록과 동일한 색깔의 상의를 입었다.

최씨 측근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 글씨체가 워낙 독특해 알아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씨 자필이 적힌 일정표는 '대외비' 직인이 찍혀있으며 순방 보다 한 달 여 전인 2014년 8월8일 작성됐다.

청와대 행정관들이 민간인 최씨의 지시를 받는 정황도 확인됐다. TV조선이 공개한 2014년 11월3일 의상실 내부 영상에는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과 윤전추 3급 행정관이 등장했다.

▲ 2016년 10월25일 TV조선 '뉴스쇼판' 캡쳐

이날 정오 의상실에 머물렀던 이 행정관은 최씨에게 온 전화를 대신 전달하거나 음료수를 책상에 정렬하는 등 최씨의 심부름을 맡는 행동을 보였다. 이 행정관은 특히 최씨에게 전화를 전달하기 전 휴대전화 화면을 옷으로 닦았고 통화가 끝난 후 최씨가 건넨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받는 모습을 보였다.

최씨의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진 바 있는 윤전추 행정관은 이날 오전 11시 경에 의상실을 방문해 최씨의 일을 거들었다. 윤 행정관은 최씨에게 서류를 보여주거나 옷을 직접 펼쳐 보였고 최씨가 건넨 운동화를 살펴보는 등 청와대에 소속된 공직자가 보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최연소로 3급 행정관이 된 윤 행정관의 이력은 헬스트레이너다.

TV조선은 "국가원수 옷은 에티켓이고 외교이며 나라 대표하는 상징"이라면서 "이를 최순실씨라는 민간인이 숨어서 도맡은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TV조선은 "(최씨는) 민간인 신분인데도 박대통령 순방일정 모두 알고 있었다. 순방일정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도 일정기간 극비에 부쳐지고 민간에겐 극비사항"이라며 "최씨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정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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