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뿐 아니라 비공개 회담 시나리오, 북한과 관련된 안보 기밀, 각종 인사 관련 파일도 전달받아 국정 수행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정비된 이후로는 그만뒀다"고 말했으나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임기 1년이 지난 시점까지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박 대통령이 거짓해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JTBC가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28일 당선인 자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할 때의 시나리오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회동 시나리오에는 외교안보와 민감한 사안이 담겨져있었다.

▲ 25일 JTBC 뉴스룸 화면.
최순실씨가 보고받은 문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남북간 어떤 접촉 중에 있는지?"라는 질문과 함께 북한과 국방위원회가 3차례 비밀 접촉을 했다는 정보가 담겨져있다.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남북관계 인수인계를 받는 내용을 최순실씨가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최순실씨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각종 인사관련 파일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JTBC는 최순실씨가 2012년 12월 29일 홍보 SNS본부 운영안 문건을 통해 인수위 홍보팀장 인사안을 엿새전 보고 받고, 이후 인사 대응방안까지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최순실씨는 청와대 대변인 선임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응방안, 경호처장 후보군의 장단점 등도 상세히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 업체 선정부터 대통령 우표, 도장 제작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2월 25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는 Y기획사가 선정됐는데, 당시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견 기획사가 선정된 점이 화제가 됐다. 최씨가 받은 파일의 시점을 보면 후보업체를 받은 시점은 2013년 1월8일 4시 20분으로 취임식이 열리기 40일도 전이었다. 이에 JTBC는 "관여 수준이 아니라 취임 준비를 지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25일 JTBC 뉴스룸 화면.
취임식때 만들어진 '취임식 우표'와 '인사위 엠블럼'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인사위 엠블럼은 2013년 1월 6일 열린 현판식에서 공개됐는데 최순실씨는 1월 3일 이미 엠블럼 후보를 안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순실씨가 이렇게 국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사과문의 해명이 거짓말이 됐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 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순실씨는 2014년 3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도 보고받았다고 밝혀졌다. 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2013년 2월 25일인 것을 감안하면 취임 1년이 더 지나고서도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셈이된다.

또한 이날 언론에서 밝혀진 사안을 종합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연설문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개입한 상황이 드러났으므로 이날 사과와는 별도로 또 다른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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