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최순실(60)씨의 연설문 작성 개입 등 비선의 국정운영 개입 사실을 시인했지만,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되레 불성실한 기자회견은 불붙은 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기자회견을 통해 ‘최순실 국정개입’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전무했고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낭독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퇴장했다. 

심지어 이날 기자회견은 오후 3시 43분에 녹화된 뒤 4시 정각에 방송됐다. 언론을 대하는 소통 방식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 이에 현장에 있던 청와대 기자들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의 ‘불통’에 한목소리로 개탄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취임 후 저렇게 힘없는 표정과 말투는 처음 봤다”면서도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그냥 나갔는데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본인 말만하고 나가버리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 청와대 연설문 유출 의혹'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관석, 박경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관련 뉴스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 기자는 “오늘 청와대 홍보 수석 브리핑도 얼버무리다 끝이 났다. 20시간 동안 진행한 청와대의 대책회의 수준이 이렇다면 심각한 것”이라며 “이러니까 대통령 사과문도 최순실이 데스킹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대해 “최순실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거물인 줄은 몰랐다”며 “물론 정권마다 정치 자문격으로 비선은 있었다. 그러나 최순실은 설명이 안 되는 인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또 다른 기자는 “대통령이 말을 끝내자마자 인사를 한 뒤 바로 뒤돌아서 가버렸다”며 “기자들이 질문을 할 겨를이 없었다. 사과 후에 기사를 쓰려고 하니 해명이 되지 않는 의혹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 입에서 최순실 이름 석 자가 발언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다”며 “아마 후보 때도 없었던 경우”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뿐 아니라 이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인 다수는 반응은 ‘분노’로 모아진다. 공영방송의 한 기자는 “민간인이 국정을 우롱하는 정말 할 말이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우리는, 청와대만 대변하고 바라보고 있다”고 자조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녹화라니 참으로 한심하다”며 “더 심각한 것은 사과 내용이다.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했지만 드레스덴 연설문이 나온 게 2014년 3월28일이니 이 또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씨에게) 의견 물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발언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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