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와 관련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 등을 통해 어떻게 체육계에 영향력을 행사했을지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요 일간지들이 최씨의 행적을 빠르게 좇고 있다.

한겨레는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지시해온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K스포츠재단의 운영에 직접 관여한 셈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최씨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태권도 시범단인 K스피릿 창단 내용 등을 수시로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가 보고받은 장소는 더블루케이 사무실이었다. 한겨레가 만난 더블루케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씨는 수시로 재단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문건들을 통해 알 수 있는, K스포츠재단이 대통령 순방 행사 때 태권도 시범공연을 할 시범단인 케이스피릿을 창단한 시점은 3월 말 즈음이다. 해당 문건 아래에는 ‘아프리카 시범단 파견건’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민간재단인 K스포츠재단이 이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약 30일 뒤인 5월2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에 동행해 실제로 태권도 시범공연을 하게 된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최순실씨가 개인 회사를 통해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의 이권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인 소유 빌딩에 ‘세온’이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제2의 컨트롤타워를 만들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찻집 등 요식업을 기반으로 운영되다가 불과 두 달 전에 스포츠 마케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최씨가 지난 8월 말 정·재계 인사들을 면담한 강남 아지트로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논현동 테스타로싸 커피바를 폐쇄한 뒤 9월 세온 사무실 주소지로 돼 있는 곳에 같은 이름의 고급 카페를 개점하려다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돌연 잠적했다.

이로써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전후로 최씨가 국내외에 직간접적으로 세운 비밀 회사는 비덱, 더블루K, 존앤룩씨앤씨(테스타로싸 법인) 등 확인된 것만 5곳으로 늘어났다. 경향에 따르면 세온과 비덱, 더블루K는 K스포츠재단 연관 사업인 스포츠 컨설팅이 주된 사업 내용이다. 존앤룩씨앤씨의 주요 사업 내용인 광고기획, 전시·행사 등 이벤트 대행은 미르재단 사업과 맥이 닿아있다. 이처럼 최씨는 두 재단 사업과 관련된 비밀 회사를 국내외에 잇달아 설립한 것이다.

최씨는 빠르게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피해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가 주주로 있었던 독일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는, 최씨 모녀 대신 딸 정유라씨의 독일 현지 승마코치였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가 지난 18일부터 이 회사의 모든 지분을 갖고 있다.

또한 더블루K의 대표이사도 최씨의 측근이라고 알려진 고영태씨에서 ‘박승관’으로 바뀌었다. 박씨는 최씨 측이 호텔을 사들일 당시 독일어 계약서 작성을 대리했던 교포2세라고 조선일보는 설명했다. 자금세탁 등의 의혹에 대해 한국 뿐만아니라 독일검찰도 수사에 나설 것이 예상되자 최씨가 수사에 대비한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최씨가 독일에서 부동산을 매입한 흔적을 따라간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독일에서 호텔뿐만아니라 단독주택 등 여러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최씨의 독일 부동산은 총 네 개다. 최씨는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작은 시골마을 슈미텐에 있는 3성급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그 근처 단독주택을 샀다. 이외에도 최씨는 호텔에서 1km떨어진 곳에 위치한 단독주택과, 슈미텐과 5km 떨어진 브롬바흐의 집도 구매한 것으로 한겨레는 전했다.

최씨 모녀가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주택에는 어린아이 신발과 성인용 신발 몇 켤레가 놓여있고 한국 라면과 과자봉지 등만이 남아있다. 일주일 전 쯤 젊은 남자들이 나타나 짐을 빼고 물건을 정리한 후 사라졌다는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씨 모녀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거처를 빠르게 옮긴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의 보도에 의하면 정씨는 최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일 거주지를 프랑크푸르트 북쪽에 위치한 오버우어젤로 기록했다. 최씨 가족이 이 지역에 또 다른 집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한편 최순실씨와 정유라씨는 독일에서 체류하면서 현재 약 18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보도도 있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 소유주인 프란츠 예거는 "정씨는 지난해 10월께 아동학대를 의심받아 독일 헤센주 보건당국의 방문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좁은 별채 공간에서 갓난 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했다는 것이다. 정씨가 머물렀던 독일 주택에서도 어린이 진료와 관련된 병원 영수증이 발견됐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최순실과 차은택의 연결고리는?

최순실씨에게 차은택씨를 소개해주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인물들도 속속 드러나는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를 연결한 것을 넘어 관련 의혹에 상당한 개입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를 거론했다. 당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씨는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를 연결해준 정도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최씨에게 처음으로 차씨를 소개해준 인물은 조카인 장씨”라고 전했다.

▲ 한국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장씨는 1990년대 중반 장래가 촉망받는 승마 유망주였다.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가 어린 시절 성악을 하다가 승마선수로 장래를 정한 것도 장씨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장씨는 고교시절 독일에서 개인훈련을 한 적이 있었고, 이는 최씨 모녀가 독일로 건너간 것과 연관성이 있어보인다. 이외에도 K스포츠자금 유입 통로로 의심받고 있는 비덱스포츠의 지분을 지난해 11월 장시가 5000유로 상당의 주식을 샀다가 한 달 후 정씨에게 넘긴 정황도 포착됐다.

승마선수를 그만 둔 장씨는 연예계 주변 분야에서 일을 했는데, 여기서 광고감독인 차씨와 친분이 많이 쌓였고 이모인 최씨에게 차씨를 소개해줬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이후 차씨는 현 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정부의 문화창조 관련 사업에 깊숙이 개입했고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도 자신의 주변 인사들을 앉히면서 기획자 역할을 하게됐다는 의혹이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장씨 이외에도 또 다른 연결고리가 있다는 보도도 있다. 중앙일보는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을 또 다른 최씨와 차씨 간 연결고리로 꼽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K스포츠재단 사업의 배후로 김성현씨를 지목했다.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동구 전 이사장은 “직원들이 가져오는 사업계획서를 보고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뒤에서 누가 자꾸만 지시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대체 누구냐며 내가 직접 만나보겠다고 했더니 김성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차은택씨와 서로 선후배로 부르는 관계다.

또한 중앙일보는 김씨가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함께 서울 논현동에 있는 테스타로싸를 운영했으며, 최순실씨와 차은택씨, 그리고 김성현씨는 이 카페에서 자주 만나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최순실씨는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을까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는 최순실씨의 꼬리를 뒤쫓는 것은 언론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주말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및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핵심인물들은 모두 해외에 있어 의혹을 규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씨 모녀는 독일에서 행방을 감췄고 차은택 감독은 중국에 체류 중이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누나 병 간호를 이유로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루K의 대표인 최모 변호사도 현재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해외에서 버틴다면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한 검사는 “피의자가 외국에 나가 들어오지 않고 버티면 방법이 없다”며 “여권 무효화를 통한 강제 입국이나 범죄인 인도 청구 등의 방법이 있지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노리고 해외에서 서로 연락해 입을 맞춘 뒤 귀국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한국일보 3면 기사 갈무리.
또한 검찰의 뒷북 수사 확대도 문제다. 애초에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수사 배당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했던 것도 논란이 제기됐다. 뒤늦게 특수부 검사 파견 등 수사 보강에 나섰지만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 처벌’을 언급하기 전까지는 수사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특히 현재 최씨 모녀 등 관계자들이 흔적을 지우고 자취를 감추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의혹이 제대로 밝혀질지도 의문이다.

차은택씨는 한국일보에 “곧 검찰에서 소환한다고 들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몇몇 언론은 내가 도피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국 문제가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중국) 일이 더디게 진행돼 아직 체류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트 국감, 여야의 예산안 갈등 예고

국정감사를 통해 팽팽히 맞섰던 여야가 국감 이후에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오는 12월2일까지 40일간의 예산 전쟁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최씨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차은택 감독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에 대해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당초 한국관광공사의 빈 사옥을 한류체험 공간으로 개조하는 수준에서 출발했던 이 사업은 차씨가 개입하면서 문화벤처기업 육성 프로젝트로 탈바꿈했다.

▲ 한국일보 5면 기사 갈무리.
정부는 올해 해당 사업에 903억을 배정한데 이어, 내년에는 374억원이 늘어난 1278억원을 편성했다. 증액률은 41.4%로 내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하는 사업 예산 중 가장 많다.

이외에도 미르재단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케이밀(K-Meal)사업 154억원, 차씨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가 콘텐츠 제작 업무를 맡은 코리아에이드사업 185억원 등도 민주당은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두 재단이 관여한 케이 프로젝트는 전액 삭감 리스트에 올릴 계획이다.

예산 전쟁의 또 다른 뇌관은 누리과정 문제다.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할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한 특별회계로 충당할 것인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엇갈린다.

또한 법인세 갈등도 이번 예산안 논의 중 팽팽한 대치를 예고하는 분야다. 야권은 현재 최고세율 22%인 법인세율을 24%또는 25%로 상향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세누리당은 세율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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