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경찰이 불법적인 짓을 못하도록 저지할 것이다. 아버지를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고 백남기씨 유족 백도라지씨)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는 22일 오후 4시부터 백남기 농민 추모 대회가 열렸다. 오는 25일 부검 영장의 기한 만료를 앞두고 백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 집행을 끝까지 막아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경찰은 22일 유가족에게 부검 영장 집행에 대해 마지막 6차 협상을 통보했지만 유가족은 이를 거절했다.

백도라지씨는 “부검영장 기한이 25일까지라고 했을 때 그때까지 장례를 미뤄야 한다니 기가막혔다. 그런데 그날이 곧 온다”면서 “경찰은 6차에 걸쳐 협의 공문을 보냈다. 법원은 유족과의 협의 없이는 영장 집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불법을 저지르는 경찰이 법원 명령을 지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백남기 투쟁본부는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서 22일 오후 4시부터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를 열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추모대회' 유가족 백도라지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경찰의 부검시도를 막겠다는 시민들의 지지와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5일 백남기 농민이 숨을 거둔 이후부터 시민들은 지금까지 시민지킴이단 '백남기와 함께’에 참여해 서울대병원 영안실을 지키고 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지난 16일부터 백씨의 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22일 정오까지 22만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24일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천주교 시국미사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오체투지 행사가 예정됐다. 

강원대에서 백남기 농민 추모 분향소를 운영하고 서명운동을 이끈 대학생 최복길 씨는 이날 추모 대회에 참석해 “백남기 선생님이 돌아가신 날 병원에 조문하러 갔다. 장례식장에 함께 갔던 친구들과 강원대와 한림대 등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강원대에서만 1600명 정도가 서명에 참여해줬다. 진상규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서 또 다른 백남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감옥에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백남기 농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감옥의 높은 담벼락을 훌쩍 넘어 제가 갇힌 독방으로 백남기 선생님이 오셨다. 저만치 멀어지는 어르신이 돌아서서 한 마디 더 남기고 가셨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민주노조,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지낸 세월에 혹독한 댓가를 치르고 있구나. 자책만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백남기 투쟁본부와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결의대회를 가진 후 오후 11시부터 방송되는 SBS ‘그것이알고싶다’의 ‘살수차 9호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을 함께 시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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