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로 대학 사회가 들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부터 학사 특혜까지 논란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의혹 규명은 교육부 감사와 학교 자체 조사의 몫으로 넘어왔지만, 명백한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1일은 이화여대 사태의 전환점이 되는 날이었다. 최경희 총장의 사직서가 이사회에서 정식 수리되며 학생들은 86일간 이어왔던 본관 점거 농성을 접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이사회는 차기 총장 선임 절차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제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에 대한 학교 측의 진상조사위원회가 예정돼있다. 학교 측은 특히 학사 부분에 있어 특정 학생에게 혜택을 주었는지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교수협의회 역시 학교의 조사와는 별개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역시 특별감사 계획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이화여대로부터 특혜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았으며 오는 11월 초 감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 사안을 빠르게 조사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 지난 19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최경희 전 총장의 사임 표명 직후 연 기자회견과 행진을 통해 특례입학 등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여기까지만 보면 이화여대 사태는 수습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누가 그리고 어떻게 이 사태를 주도한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있다.

단서는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이화여대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의 최대 수혜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 163개교 가운데 2016년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9개 중 5개 이상 지원받은 대학은 16개교로 전체의 9.8%였다. 이화여대는 9개 중 8개를 지원받은 유일한 대학이었다.

도 의원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인 CK, 프라임, 코어, 평생교육단과대학, 여성공학인재양성, 고교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에 모두 선정된 유일한 사립대학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록은 다른 대학들과 비교해봐도 이례적이다. 도 의원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 163개교 중 44.2%에 달하는 72개교는 2016년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 사업 9개 중 단 한 개의 사업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이러한 놀라운 기록의 이면으로 꼽히는 것은 최순실씨 딸이 놓여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5년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특혜를 대가로 이화여대가 어떤 특혜를 입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의혹에도 맹점은 있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이화여대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맞지만 단순히 이화여대만을 위해 교육부가 사업을 몰아줬다고 보기에는 사업의 선정 절차를 모두 고려해볼 때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대학정책 수립사정에 밝흔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육부가) 호의 정도를 줄 수는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책사업은 교육부가 혜택을 주려해도 사업 심사는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교수들이 직접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 및 정부의 의지로만 선정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화여대가 재정지원사업 혜택 모두를 받아간 것은 오비이락일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최경희 총장과 최 총장 측근으로 알려진 교수들의 일탈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정유라씨가 최 총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교수들의 수업을 주로 들었고, 해당 강의에서 특히 학사 특혜가 있었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 관계자는 “오히려 의심스러운 것은 측근 교수들의 연구 수주 실적이다. 한 교수가 짧은 기간 내에 그렇게 많은 금액을 수주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 지난 19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특례입학 의혹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행진을 진행했다. 교수들의 학내 행진에 학생 수천여명이 함께 뒤따르며 의혹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차현아 기자.
최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인성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총 3건의 정부 지원 연구 프로젝트에 책임연구원 또는 공동연구원으로 등록돼있는데, 연구비 총액만 5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성 교수의 지난 계절학기 수업이었던 ‘글로벌 융합 문화체험 및 디자인연구’에 정유라씨가 수강신청을 했고, 정씨가 프로그램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2학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수업을 들은 학생 중 유일하게 정씨만 비전공자였으며 중국 귀주성에서 진행된 패션쇼를 위한 출입국 시에도 보디가드를 대동하는 등 귀빈 대접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 역시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몰아줬다는 특혜는 사실 의혹일뿐 근거가 없다. 사실관계를 파보려면 교육부 사업 내용 전체를 감사해야 할 것”이라면서 “연구 용역은 수의계약이 아니라 공모 과제일지라도 선정 과정에 의심가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윗선의) 언질이 있었다면 충분히 그에 맞춰서 (선정과정에)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합법성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왜 최경희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교수들이 비선실세라 불리는 최순실씨 딸의 특혜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최경희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교육행정비서관직을 맡은 바 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와 어떤 연계점이 있었을지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정책 전문가인 한 대학 관계자는 “최경희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교육비서관을 맡긴 했지만 기간이 짧은데다가 참여정부 교육정책과 관련해 특별히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친노로 평가하기도 어렵다”면서도 “오히려 박근혜 정부와 가까운 쪽은 총장보다는 재단 쪽일 것이고 그쪽의 판단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화여대 측은 입시 과정에서의 특혜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리포트 제출 등 일부 학사 관리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또한 담당 강의를 맡은 교수의 재량권 하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와 최순실씨, 그리고 그의 딸인 정유라씨를 중심으로 한 언론보도를 통해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씨가 특혜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감사는 적법성을 따지는 것이지 어떤 정서적인 것의 개입 여부를 감사하지 않는다. 학칙 소급적용은 확인해봐야겠지만, 적법하게 만들어서 입시를 한 것이므로 형식적인 요건은 다 갖췄을 것이다. 학점 부여는 개별 교수의 문제이므로 (이화여대가) 조직적으로 명령을 내린 것이 없다면 개별 교수 징계로만 끝나지 않겠나”라고 전망을 내놓았다. 이 경우 현재 휴학 중인 정유라씨는 자퇴를 결정하는대신 징계를 받는 수준에서 사태가 무마될 수 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이화여대 사태는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 대학사회에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대로 해결이 된다면 사립대학 문제 해결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겠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넘어가면 사회 발전의 장애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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