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100개의 아우라에 빛나는 대통령’이라고 과장홍보하던 언론사들이 ‘대통령의 잘못’을 비판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해명을 한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와 국민을 설득시키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21일자, 한겨레, 경향은 물론 조중동도 앞장서서 “국민이 믿겠나”면서 문제를 제기하며 잘못을 지적했다.

국정을 문란케하며 이화여대를 곤경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 이를 해명한다고 한달여만에 뒤늦게 입을 연 박 대통령의 해명을 보도한 언론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최소한 5가지 잘못을 범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보도를 조금 쉬운 표현으로 간추려 다섯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박대통령은 의혹 핵심 파악과 내용전달, 설득에 실패했다.

한겨레, 조선, 경향신문 등도 한결같이 "국민이 정말 궁금해 하는 건 이화여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정부부처와 대기업들을 쥐락펴락했다는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해명하기는커녕 ‘최순실’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고 변죽만 울렸다는 것이다. 여론이 궁금해하는 점, 두사람의 관계를 해명이든 변명이든 하지않았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파악을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해명은 설득에 반드시 실패한다.

둘째, 박대통령은 스스로 국정문란을 키울 수사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무작정 논란 덮자는 대통령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라는 조선일보의 제목은 예사롭지않다.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를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대통령이 수사가이드 라인에 해당하는 의혹중심의 재단을 두둔하고 검찰의 수사방향과 한계를 이미 적시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등의 보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를 보고받는 청와대의 우병우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말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겠는가. 경향신문은 "이번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일개 형사부에 맡겨 처음부터 수사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고 밝혔고, 동아일보는 사건의 특수부 재배당을 요구했다. 이미 검찰의 의혹수사는 끝났다는 언론의 지적인 셈이다.

셋째, 2016년 첫선을 보인 청탁금지법을 스스로 뭉개는 행태를 보였다.

청탁금지법의 정신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과 특혜 시비를 철저하게 차단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위에 기초하고 있다. 대통령을 상징하는 ‘블루’와 ‘미르(용)’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순식간에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거액을 모은 미르, K스포츠 재단 등은 설립과정부터 불법과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박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허위문서로 재단설립을 신청하고 특혜성 허가를 내준 점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미디어오늘, 10.21일자 기사)고 지적했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당한 과정과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꾸로 허위문서, 특혜성 허가는 박대통령이 사인한 청탁금지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새로운 법에 대해 경각심이나 준법의지가 없다면 이 법도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넷째, 박대통령의 해명은 의혹해소는커녕 의혹을 더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조선일보는 10월 21일자 기사에 "미르나 K스포츠, 최순실, 차은택이라는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다. 국민은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는데 대통령은 마치 남 얘기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박 대통령은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 역시 "도대체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통령의 비선측근들이 활개 친 까닭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박대통령이 나름 최선의 해명을 했는데도 ‘남의 얘기하듯’ ‘좀 더 구체적으로’ ‘진상규명의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의 비선측근들이 활개 친 까닭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있지않는가. 이는 대통령의 해명이 의혹해소보다 의혹키우기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해명에 앞서 사과부터 해야하지만 사과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은 "진실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비선 실세인 최씨와의 관계를 밝히고 최씨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도의적인 사과는 커녕 의혹의 핵심인물로 독일로 도피한 최순실씨에 대해 “도가 넘는 인신공격“이라며 두둔했다. 언론과 국민을 향해 ‘인신공격이 지나치다’며 훈계하고 ‘학부형이 이화여대 지도교수를 바꾸고 교수에게 막말하는 등 분란의 당사자’는 두둔했다. 전혀 사과를 할 일이 없는 것처럼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고 언론을 향해 ‘인신공격 하지말라’고 지시했다. 이쯤 되면 ‘국민행복시대’를 천명했던 박대통령의 첫 취임사는 ‘최순실정유라 행복시대’로 바뀌어야 하지않을까.

박대통령은 해명의 타이밍도 놓쳐 문제를 키우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해명의 내용을 보면 해명이라기 보다 핵심을 놓치며 ‘남의 말하듯’ 진정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 대국민 사과는 없고 대리사과, 찔끔사과 등으로 사과조차 제대로 보이지않는다.

대통령의 사과는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국민의 불만을 만질 수 있어야하고 측근, 비선에게 좀 더 엄정해야 한다.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진정한 사과, 감동이 있는 사과가 나오는 법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된다. 퇴임후에도 이웃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탈한 국민의 대통령까지는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재임기간의 범법행위로 법정에 드나드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이 잔여기간 임기동안이라도 부디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로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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