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서울신문 특별기획연재를 두고 노동조합은 물론 기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송 교수는 극우성향의 대표적인 원로학자로 꼽히다. 

서울신문은 20일 송 교수의 특별기획연재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을 앞으로 1년 동안 격주 목요일에 게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신문은 “양극화로 치닫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치유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첫 회부터 논란이 됐다. 송 교수는 20일자 연재에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엄청난 나라’가 된 데는 두 사람의 탁월한 지도자와 두 부류의 뛰어난 조직이 있어서”라며 “두 사람의 지도자는 이승만과 박정희이고, 두 부류의 조직은 기업과 군대”라고 썼다. 

▲ 서울신문 20일자 기사
송 교수는 “이승만과 박정희 두 대통령은 아무리 과(過)가 있다 하여도 그 공(功)은 우리의 축복이었다”며 “김구 선생은 6·25가 일어나던 바로 전해, 이북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당시 자유중국 초대 주한 공사 류위완에게 한 말이 지금도 기록에 명백히 남아 있다”고 썼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물론이고 기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김구 선생 대목을 지적하며 “김구 선생은 대담에서 김일성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며 “(송 교수 글은) 일부만 발췌해 김구=빨갱이로 침소봉대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송 교수가 “김구 선생이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도 없고 공부해 본 일도 없다”고 쓴 대목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평생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김구 선생에 대해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몰랐다고 비난할 거리인가”라고 썼다. 

또 다른 기자도 사내 게시판에 “시론이나 칼럼의 필자를 어떤 사람으로 선정하고 지면에 실어주느냐는 행위 자체도 신문의 입장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송 교수의 글은 과연 중도를 지향하는 우리 신문의 방향에 맞는 내용인가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썼다. 

노조는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퇴근길 5판 신문을 보다 28면의 ‘유쾌한 꼰대씨’를 보고 놀라움을 넘어 민망함이 밀려왔다”며 “그나마 중도라고 자처했던 서울신문이, 최소한 기계적인 중립만은 지킨다며 위안했던 신문이 별안간 커밍아웃이라도 선언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노조는 “우리가 수차례 경고했듯 ‘누구를 위해’ 뉴스를 만드느냐는 언론인으로서의 기본 양심이 달린 문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서울신문, 정확히 오늘 신문은 ‘정상적인 언론’이라 할 수 없다”며 송 교수의 기획연재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김균미 편집국장과 김영만 사장의 책임을 물으며 “이번 기획연재가 서울신문을 보수화하려는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라면 신문사 이름에 먹칠한 연재 기획자를 즉시 찾아내고 교체하라”며 “그것만이 쏟아진 물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수습책”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송복 선생님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존경을 받는 ‘건강한 보수학자’”라며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서울신문 방향을 중도나 중도보수라고 하는 것은 한 이념에 매몰되거나 정치적 편 가르기에 가담하지 않고 진실과 팩트를 추구한다는 의미”라며 이번 연재가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통해 조화로운 사회로 가꿔가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10월21일 오후 5시55분 김영만 사장 입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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