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30억여 원을 투자한 반공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취재 지시를 거부했던 KBS 기자들에 대한 징계가 지난 19일 ‘감봉 2개월’로 확정됐다. 

KBS 측은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 수행을 거부해 근무 질서를 문란케 하였기에 기강을 바로잡고 성실히 일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S 문화부 송명훈·서영민 기자는 지난 7월 ‘인천상륙작전’에 낮은 평점을 준 평론가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라는 KBS 간부들의 지시를 받았으나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는 취지로 거부했다.

당시 한 간부가 반발하는 기자들에게 “국장이 시키면 무조건 하는 거고, 그게 보도국 전통”이라고 발언하는 등 ‘부당 지시’ 논란이 KBS 안팎으로 제기됐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
이 영화는 KBS와 KBS미디어가 3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KBS 보도·다큐를 통한 지나친 홍보로 입길에 오르내렸었다.

지난 11일 국회의 KBS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지시 거부 징계 논란은 도마 위에 올랐다. 

고대영 KBS 사장은 “평점을 낮게 준 평론가들에 대한 비판 보도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일선 기자들에게) 취재 지시를 내린 것은 맞지만 일방적인 프레임으로 보도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는 제작 실무자의 신념과 진실에 반하는 취재·제작을 강요당하는 경우 거부할 권리를 보장한 KBS 편성규약을 위반한 사례였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됐지만, 사측은 재심을 통해 징계를 확정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진작 나왔어야 할 인사위원회 재심 결과를 질질 끌더니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슬그머니 내놓은 터라 사측의 행태가 더욱 부끄럽고 비루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두 기자는 당시 방송편성규약에 따라 반대의 의사를 표명했고 편성위원회 개최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거부했다”며 “징계를 당해야 할 사람은 두 기자가 아니라 편성규약을 위반한 문화부장과 보도국장 등 보도본부 간부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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