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8일 한국에 처음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강원도에서 나와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일반인의 상식과 새로운 법에 대한 지식을 묻는 사안이며 동시에 청탁금지법 위반관련, 최초로 법원의 판례가 만들어지는 케이스라는 점에서 전국적 관심사가 됐다.

사건의 개요는 A씨가 자신의 고소사건을 맡은 춘천경찰서 수사관에게 시가 4만5000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A씨는 경찰서에서 "개인 사정을 고려해 조사 시간을 조정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 직원들과 나눠 먹으라고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이런 정도를 가지고 김영란법 적용대상으로 삼아 과태료 처분을 한다는 것은 과하지않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리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한가지 이유가 다른 다섯가지 이유를 압도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1.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하는 법’이란 이름에 주목했다. 떡을 돌리며 부정청탁을 한 내용이 없다. 또한 떡상자에 떡만 들어있었을 뿐 금품도 따로 없었던만큼 부정청탁을 할 의도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상식이다.

2. 청탁금지법을 제정한 배경이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우리 사회 만연한 부정청탁의 단죄를 목적으로 했다. 부정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금품수수가 있다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다. 5만원이하의 떡을 금품수수 등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라고 처음에는 판단했다.

3. 제8조 (금품등의 수수금지)를 보면,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을 받지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제8조 3항에는 금품에 해당하지않는 예외조항을 만들어두고 있는데, 8번째 “그 밖에 다른 법령. 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사회상규상 이 정도의 떡선물은 한국사회 미풍양속으로 권장돼야 하지않는가라고 생각했다.

▲ ⓒgettyimagesbank

4. 무엇보다 사건의 유무죄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인 ‘범의(犯意)’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건을 잘 봐 달라거나 조서를 유리하게 작성해달라는 요구는 없었고 ‘개인사정을 고려해 조사시간을 조정해준 것에 대한 감사표시’ 정도였다는 점이다. 경찰입장에서는 당연한 배려였지만 조사받는 고소인 입장에서는 이것도 감사한 일이다. 떡으로 성의표시를 한 것뿐이라고 여겨졌다.

5. 또한, 청탁금지법에는 선물의 상한선을 5만원으로 정해두고 있다. 떡은 4만5천원으로 상한이하의 가격이다. 상한선을 정해둔 것은 그 이하는 문제삼지않겠다는 뜻으로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관행 정도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했다.

6. 직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을 때는 5만원이하도 문책하겠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내용이다. 수사관에게 비록 5만원이하 선물이지만 직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줘서는 안된다. 이 부분 때문에 A씨는 어쩌면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판단은 법원이 하기 때문에 기다려봐야 한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법원은 ‘5만원 이하의 선물이 허용된다’며 경찰관에게 감사 표시로 떡을 선물했다지만 고소인이 자신의 수사를 맡은 경찰관에게 물품을 준 것이어서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줬더라도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시가의 2배-5배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청탁금지법은 아직 완벽한 것이 아니며 이 법으로 모든 악행을 단죄할 수도 없다. 또한 한국의 졸부들, 일부 권력자들은 모든 법을 자신의 악세서리 정도로 여기며 은밀하게 범법행위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 이 법을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기를 기대한다.

4만5천원 떡선물 때문에 과태료 부과여부로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은 어떤가. 이화여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주목받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대입 부정, 학점 특혜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버티던 이화여대 총장이 대입부정, 학사문란 시비에 휘말리자 단박에 물러났다.

▲ 내용과 무관한 사진입니다. ⓒwikipedia

사퇴를 하면서도 “입학특혜나 비리는 없었다”는 공허한 주장을 내놓았다. 그런 비리도 특혜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총장이 물러나야 할까. 자기 대학의 구성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그 이면에는 말못할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짐작만 할 뿐이다.

이런 권력형 부정과 비리를 파헤쳐야 할 검찰은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세월만 보내고 있다. 부정입학이든 특혜학사관리든 이런 논란에는 드러나지않은 부정한 거래가 있는 법이다. 청탁금지법은 바로 이런 돈을 가진자, 권력을 가진자들을 불편하게 하여 공정한 경쟁,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큰 사건 때문에 떡선물 사건이 희화화 되거나 평가절하 돼서도 안된다. 이 사건을 보면서 일반인들도 언제든 청탁금지법 위반 때문에 과태료 처분이나 사법처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내놓은 ‘청탁금지법 해설집(p98)’에는 “직무수행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접대문화의 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해 직무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수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미풍양속에 해당될 수 있는 최소한 위의 다섯가지의 이유가 있더라도 단 한가지 사유, 즉 직접적 이해당사자에게 금품제공은 안된다는 논리로 과태료 처분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반 시민들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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