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감사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연예인 김제동이다. 새누리당과 종합편성채널은 김제동씨가 대역죄를 저지른 것처럼 몰아세웠다. 결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다뤄야할 주요 현안은 조명되지 못했고, 언론이 보도해야 할 최순실 게이트 등 중요한 문제들은 묻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7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김제동 출석 요구서를 제출한 6일부터 4일 동안 JTBC를 제외한 종편 및 보도채널 5개사 시사 프로그램 37편에서 ‘김제동 영창 논란’을 다뤘다. 이 기간 방영된 시사프로그램은 총 67편(중복 포함)에 달하는데 절반 이상이 김제동에 ‘올인’했다. 

발단은 김제동씨가 지난해 JTBC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했던 “군 장성 아내를 아주머니라 불렀다는 이유로 13일 영창에 갔다”는 발언이다.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은 “군 간부를 조롱하고 군 신뢰를 실추시켰다”면서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김제동씨의 발언은 15개월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이다. 심지어 20년 전 군 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현재 군과 관련이 없다. 연예인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일화를 소개하다 보면 과장된 발언을 할 수 있는데다, 당시 몇몇 부대에선 ‘군기교육대’와 ‘영창’이 같은 시설에 있어 장병들이 용어를 혼용을 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토크쇼에서 군대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례는 많은데 유독 김제동씨의 발언만 문제가 됐다.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성주 사드배치 반대 집회에서 했던 발언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편과 보도채널은 논란거리라고 보기 힘든 문제를 김제동씨가 거짓말을 했다는 전제 하에 침소봉대했다. 지난 7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서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은 “정부를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비판하고 특히 군 사기를 저하시키고 군 명예를 실추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에 출연한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는 “청소년들한테 아주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하는가 하면 여상원 변호사는 “부모들이 과연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지난 8일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 화면 갈무리.
논란이 제기된 이후 김제동씨는 6일 “(국정감사에서) 국방 이야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라며 “(국감에) 다 얘기해드릴 수 있다. 제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나? 방산비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일개 연예인의 발언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보다 국방위원회 현안을 다루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러나 종편은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냈다. 지난 8일 TV조선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은 자막으로 “김제동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 없다’” “김제동 영창발언 해명 없이 정치적 발언 이어가”등을 띄웠다. 진행자 이봉규 평론가는 “우리 민주주의 국가 삼권 분립 아닙니까?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김제동이가 있나요? 삼권에 맞서는?”이라고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종편은 김제동씨를 비판하면서 지난 8월5일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 반대 집회 발언을 다시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6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에서 김병민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김제동씨가) 있지 않은 사실들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철저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일 TV조선 ‘뉴스를 쏘다’에서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씨를 가리켜 “친노 그룹에 좀 앞에 나서는 최고 프로파간다”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13일 JTBC ‘썰전’에서도 같은 논란을 다뤘지만 쟁점은 달랐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창이든 군기교육대든 징계를 받았다면, 이 징계 자체가 문제”라며 “군의 장성, 고위 장교들이 의무 복무를 위해 군에 간 국민의 아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백승주 의원을 가리켜 “김제동씨를 불러내는 게 국방부 차관을 지낸 사람의 의정활동은 아니지 않은가. 안보에 대한 심도 있는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6일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 화면 갈무리.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나온 일부 패널의 발언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같은 사안이라도 반복적으로 다뤄지면 그만큼 중요한 이슈처럼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위원인 조해주 선거방송심의위 부위원장이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겨냥해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하나만 보면 중대한 (심의규정) 위반이 아니더라도 낮에도 밤에도 이 같은 방송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건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종편은 시기적으로 덮어야 하는 사안이 있을 때 흥미 위주의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박유천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연예인에 대한 가십성 내용이 주로 다뤄지는데다 김제동씨는 공격해야 할 대상이었다. 우병우,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이슈가 세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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