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정권 말 박근혜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부상한 가운데 지상파 3사가 관련 보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공영방송 메인뉴스만 봐서는 최씨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한 리포트가 간헐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겨레가 K스포츠재단 등에 최씨가 개입돼 있다는 단독 보도를 내보냈던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최순실’이 언급된 지상파 3사 메인뉴스 보도를 집계한 결과, MBC 뉴스데스크는 5건, KBS 뉴스9은 6건, SBS 8뉴스는 8건 보도하는 데 그쳤다. JTBC 뉴스룸이 지난 17일 하루에만 10여개의 리포트를 쏟아낸 것과는 양과 질에서 비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 MBC 뉴스데스크 17일자 보도.
먼저 MBC뉴스에서 ‘최순실’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지난달 21일, 영상 리포트가 아닌 ‘인터넷’ 기사였다. 

전날 한겨레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이라는 특종을 통해 최순실씨를 재단 배후로 지목하자 청와대가 “해명할 가치 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한 것을 다룬 것이다. 청와대 해명을 의혹보다 우선한 셈이다.

이후에는 주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보도를 통해 최씨 이름을 꺼냈다. 

메인뉴스 리포트로선 첫 보도인 9월23일자 “‘미르재단 의혹’ 파상공세… ‘법적조치’”에서 MBC는 “더불어민주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특혜 의혹에 연루된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만으로는 최씨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지난 5일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 착수”라는 제목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두 재단 기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형사8부에 배당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6일과 13일에는 각각 “연일 부검, 특검 공방…증인 채택 충돌”, “파행 얼룩진 국감…막말에 감정싸움”이라는 제목으로 여‧야 공방을 다룬 뉴스에서 최씨가 언급됐다.  

17일에서는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 특혜 의혹을 다루며 “최순실 딸 파문 진화 시도 ‘특혜 없었다’”라고 제목을 뽑았다. 최순실이 뉴스데스크 리포트 제목으로 뽑힌 것이다.  

KBS 보도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KBS 뉴스9 첫 보도는 지난달 26일(“야 ‘미르‧K스포츠재단’ 파상 공세”)이었다. MBC 메인뉴스와 차이가 있다면, 최씨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KBS 역시 주로 여‧야 공방 보도 안에서 최순실이 언급됐다. 눈여겨 볼 대목은 리포트 제목으로 ‘최순실’이 뽑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르‧K스포츠 ‘추궁’… 전기료 누진제 ‘공방’”(9월27일), “‘재단’ 날 선 공방… ‘수사 중 답변 못해’”(10월12일), “야 ‘보복성 기소’ 반발… 여 ‘국민 사죄 먼저’”(10월13일), “‘미르 공방’ 계속… ‘백남기 묵념’ 놓고 파행”(10월14일), “‘국기 문란’ ‘북풍몰이’…‘회고록’ 충돌 격화”(10월17일) 등이 대표적이다. 

▲ KBS뉴스9 17일자 단신.
17일 뉴스 말미에는 단신으로 “교육부는 최순실씨의 딸이 이화여대에 입학하고 학점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만 했다. 

SBS의 경우 리포트 양에서는 공영방송과 비슷한 수준이나 기자 멘트 등을 통해 사안을 보다 명료하게 전달했다. 메인뉴스가 아닌 시간대의 보도를 통해서는 의혹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제공했다. 

SBS 8뉴스는 지난달 21일 “(우상호, 박지원) 두 원내대표는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수석을 이 과정(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에 개입한 실세로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라는 멘트는 공영방송에서 찾기 어려운 설명이다. 

닷새 뒤인 26일에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해명 “최순실 만난 적 없어”를 제목으로 뽑으며 ‘최순실’ 이름 석 자를 리포트 제목에 담았다.

앞서 24일에는 원일희 정치부 선임기자가 오전 ‘정가위클리’라는 코너를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논란과 최순실씨에 대한 의혹을 5분30초가량 집중 보도했다. 

지난 6일 보도에서는 같은 여‧야 공방 보도라도 제목을 “‘최순실‧차은택 나와라’…파행”이라고 뽑으며 핵심 내용을 전달했다. 

SBS 8뉴스는 지난 14일 “특례입학 의혹…교수들이 진상조사”라는 제목으로 정씨 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사실을 보도했고, 17일에는 “‘최순실 딸 의혹’ 해명 나섰지만”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최씨 딸의 이대 특혜 의혹에 대해 최경희 총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상당수 교수들은 총장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며 총장 퇴진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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