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태희에게 주원이 방을 구하라고 제안한다. 핸드폰을 켜고 ‘직방’ 어플을 실행한다. 실제 ‘직방’의 광고모델은 주원이다.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는 “‘용팔이’(드라마 제목)가 아니라 ‘방팔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용팔이, SBS)

#2. 남북한 군인들이 만날 때마다 ‘초코파이’를 베어먹고, 그 장면은 클로즈업된다. 초코파이는 새로 나온 바나나 맛이다. 다친 군인들은 병원에서 정관장 홍삼을 입에 달고 산다. ‘태양의 후예’는 과한 간접광고로 인해 ‘협찬의 후예’라는 말까지 들었다. (태양의후예, KBS)

▲ SBS '용팔이'의 간접광고.
간접광고가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PD들은 간접광고로 인해 콘텐츠에 영향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한국PD연합회가 지난 9월 시행한 ‘협찬·PPL과 중간광고에 대한 PD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327명 중 291명(89%)가 “간접광고가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과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제작비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간접광고가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표나리(공효진) 핸드백’, ‘강모연(송혜교) 립스틱’처럼 간접광고 제품이 의상이나 화장품일 경우이거나, 드라마의 배경이 사무실인 미생(tvN)의 ‘맥심커피’ 간접광고처럼 제품이 극에 자연스럽게 묻힐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협찬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면서 극의 흐름을 깨지 않을 수 있고 시청자들도 거부감 없이 광고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2015 소비자행태조사(MCR)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38%가 간접광고에 대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하지만 협찬처와 계약조건을 맞추기 위해 구성에 없던 장면이나 출연자가 상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넣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의사인 주인공이 뜬금없이 방사선 세미나를 진행하며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어린이 환자는 10년 완치율이 80%에 이른다”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갔다. 이 드라마는 원자력문화재단에서 1억 6500만원의 협찬금을 받아 제작했다. MBC ‘운빨로맨스’에서도 주인공이 게임 공모전에서 신작 게임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포스터와 건물이 등장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드라마에 간접광고를 하기위해 3300만원의 예산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 5월26일자 화면 캡처.
PD연합회 조사에서도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답 가운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훼손하는 현실’을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입이 중요한 요소인 정극이 아니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인위적인 상황을 연출해 어색한 장면이 나오고, 리얼 예능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추운 겨울에 삼성 에어컨을 사용하며 기능을 설명하는 장면(님과 함께2, JTBC)이나 시골이 배경이고 가스레인지도 없어 불을 피우는 장면과는 어울리지 않게 탄산수나 인스턴트 커피를 꿀꺽꿀꺽 마시는 장면(삼시세끼, tvN)도 어색한 간접광고로 꼽힌다.

▲ tvN '삼시세끼'의 간접광고.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협찬처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다. MBC ‘장미빛 연인들’의 주인공 이장우씨는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에서 일한다. 스베누를 신고 “우리 운동화 어때?”라는 대사도 나온다. 유선주 TV평론가는 “여성의 직업군에 패션관련업이 많고 남녀를 떠나 자영업자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PPL로 의류업체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상품을 노출하는 것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대사 등까지 광고를 위해 써야하는 실정이다. SBS의 ‘그래 그런 거야’에서는 남편에게 아내가 차를 선물하는 장면에서 ‘볼보’ 자동차의 자동 주차 시스템을 한참동안 설명하기도 한다.

한 시청자는 “요새는 차 앞면, 후면이 자세하게 나오는 걸 넘어서 새 기능까지 주인공들이 설명해주니 이게 드라만지 광곤지 구분하려던 생각마저 사라질 정도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시청자 중 90%는 간접광고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며 응답자 전체 58.9%가 간접광고가 프로그램의 흐름을 깨고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간접광고가 콘텐츠에 직접 들어가 흐름을 깨는 것도 문제지만 제작진들이 간접광고로 인해 작품에 쏟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PD들은 간접광고를 따오기위해 프로그램 내용에 쏟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한 지상파 PD는 “지자체의 협찬을 따기 위해 매일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발표하고 지자체 관계자들을 접대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의 예능 PD도 “회사에서 알아서 간접광고를 따오라고 하고, PD들도 광고를 따오는 것이 실질적인 PD의 일 중 하나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 tvN '시그널'의 간접광고.
PD외 제작진들도 작품에 대한 고민에 더해 어떻게 하면 간접광고 제품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일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시그널’(tvN)의 김은희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간접광고를 넣고자 노력했지만 고충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극인 ‘시그널’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가 집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상에 내오는 등 어색한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PD연합회의 조사 중 한 PD는 “간접광고 제품을 작품에 넣기 애매하다는 작가와 PD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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