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청구 근거로 제시하는 '빨간우의착용자'가 지난해 경찰 수사를 통해 신원이 특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백씨의 의식불명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이같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아 수사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7일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빨간우의 착용자에 대해) 작년 12월11일에 채증판독 과정에서 인적사항이 파악돼서 조사했다"며 "집시법 위반과 일반 교통방해죄 두 가지에 대해 불구속 입건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빨간우의 착용자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가 맞으며 인적사항 및 소속단체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민중의소리

김 청장은 해당 수사 과정에서 '빨간우의 가격설'과 관련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11월18일에 강신명 전 경철청장,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 고발돼 있으니 그 사건에서 같이 처리해야 할 사항이라 빨간 우의가 백씨를 때렸는지 여부는 우리가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대포를 맞은 백씨가 의식불명이 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찰에 빨간우의 착용자의 신원을 요구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장경석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검찰이 요구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검경은 빨간우의 착용자를 백씨 사망의 피의자로 염두에 뒀음에도 실제 수사 대상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백씨의 부검 영장 청구를 위해 '빨간우의 가격설'을 무리하게 적용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27일 두차례에 걸쳐 '사인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백씨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왔다.

▲ 지난 9월6일 서울중앙지법이 검찰에 발부한 압수수색영장 중 일부.

검찰이 서울대병원 백씨 의무기록 압수수색을 위해 지난달 6일 발부받은 영장에는 영장 청구 사유로 "피해자가 위 직사살수에 맞고 넘어진 직후 피해자를 구조하려던 빨간색 우의착용자가 넘어지면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있다"면서 "피해자의 의식불명 등 상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원인행위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고 적시돼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일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씨가) 경찰 물대포에 희생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경찰은 부검 영장이 유효 기한인 오는 25일 전으로 집행될 수 있게 유족과 협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김 청장은 "만약 25일까지 집행 못하고 부검이 필요하다면 다시 영장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 "강제 집행 여부는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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