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가 최순실씨와 연관돼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로부터 발전기금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는 최근 최순실씨 딸 특혜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주)삼남개발 김장자 회장은 지난해 12월 4일 이화여대 신축기숙사건립기금으로 1억원을 후원했다. 김 회장은 당시 이화여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alps) 회장을 역임한 인연으로 이화여대 발전기금을 후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의 이화여대 발전기금 후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순실씨와의 관계 때문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청와대 민정비서관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도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우병우 수석의 인사에 최순실씨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돼 개입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씨가 우병우 수석 처가 쪽 가족과 친분을 맺고 있었고 이를 계기로 인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화여대는 김장자 회장의 후원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화여대는 이화여대 130주년 창립 기념 연간 보고서를 통해 김장자 회장을 기부자로 특별히 소개됐다.

이화여대는 연간보고서에서 후원자로 6명을 인터뷰했는데 김장자 회장을 제외하고 이화여대 총동창회장, 이화여고 장학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모두 이화여대를 졸업한 인물이었다.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이화교정에서 공부한 것은 저에게 꿈을 실현한 것과 다름없었다"며 기부 소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한 셋째 딸의 의견을 들어 기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장자 회장은 지난 2008년 6월 이상달 회장이 사망하고 난 후 기흥골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장자 회장과 네 명의 딸은 기흥CC 운영사인 삼남개발의 대주주로 SD&J홀딩스를 설립해 각자 20%씩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우병우 수석과 관련한 의혹은 우 수석 처가의 재산으로부터 촉발됐다. 우병우 수석 처가와 넥슨과의 서울 강남 부동산 거래에서 1300억원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래 성사에 우병우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김장자 회장은 이상달 회장이 사망한 후 이 회장이 유지해온 인맥을 관리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3년 삼남개발 공동대표였던 옥기진 전 치안감은 "이상달씨는 골프사업장 관계로 역대 경찰청장과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고 경정급 이상이면 경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김장자 회장은 향우회 회장을 맡고, 매년 이상달 회장의 추도식을 열면서 법조계 인사와도 인연을 유지했다.

우병우 수석은 변호사 개업 1년 뒤인 2014년 5월 청와대 개각으로 ‘깜작’ 입성했는데, 故 이상달 회장의 넓은 인맥을 이어받은 김장자 회장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우병우 수석 인사 문제에 최순실씨의 이름이 등장하고 최씨가 김장자 회장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장자 회장이 이화여대 발전기금을 후원했다는 사실을 단순한 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도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다. 최씨의 딸은 현재 이화여대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삼남개발 서울 사무사무실과 기흥CC 측은 최순실씨와 김장자 회장과의 친분 관계를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며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발전기금 명단에 차은택 CF 감독과 관련 있는 인사가 포함돼 있는 것도 눈에 띤다.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은 지난 1월 7일 Innovation Ewha 기금 1억 원을 기탁했다. 박 회장은 "예전 최경희 총장님이 교수였던 시절에 함께 과학교육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그 때 완벽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시는 모습에 저희 직원들 모두가 감동하고 존경하게 됐다"며 기부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은 1990년대 후반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할 때 계악을 맺었고, 계약 때보다 전시면적이 늘어나 4억짜리 프로젝트에 2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지만 자비를 털어 공사를 진행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최근 박 회장의 시공테크는 차은택 감독과 연관돼 의혹의 눈이 쏠려 있다.

시공테크는 한국관광공사와 62억 1580만원에 2015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전시 영상 용역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시공테크의 전시 영상감독은 M모 감독이었는데 정부 주무부처가 산자부에서 문체부로 바뀐 후 차은택 감독으로 전시 영상 감독이 바뀌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한 시공테크는 5억 상당의 영상물 제작 용역을 차은택 감독이 ‘대부’로 모신다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로 역임했던 '머큐리포스트'에 준 것으로 나왔다. 더구나 머큐리포스트는 차은택 감독의 유령회사로 지목된 '엔박스에디트'와 주소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기석 회장은 지난해 전시관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 감독의 창의력과 기획력이 더해져 한국관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은택 감독이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게 된 배경에 최순실씨와의 친분 관계가 자리잡고 있는데, 차은택 감독을 전시 영상 감독으로 해서 전시사업을 한 시공테크 박기석 회장이 올해 초 이화여대에 발전기금을 후원한 것이다.

문체부는 차은택 감독으로 전시감독이 교체된 것에 대해 시공테크가 선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시공테크 쪽은 "차은택 감독의 선임은 발주처(문체부)의 요구였고, 발주처에서 지정한 분이라 저희랑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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