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방상훈 사장은 제외한 채 조선일보 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신동아 10월호는 박근혜 대통령과 조선일보의 갈등을 “10년 쌓인 서운함 폭발? 조선 휴전 제의로 봉합?”이라는 제목을 통해 다뤘다.

확전은 조선일보 송희영 때문?

이 기사를 쓴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우 수석은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사장 등 사측을 제외한 채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 사장이 포함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우 수석은 ‘확전’을 원치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18일 우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땅을 넥슨코리아가 매입해줬다는 보도를 통해 우 수석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넥슨이 우 수석 처가의 ‘강남역 상속 부동산’을 매입해준 일 때문에 우 수석이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를 문제삼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우병우와 넥슨 김정주 회장의 연결고리를 의심한 기사였다. 

▲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오른쪽). ⓒ연합뉴스
그러면서 송 본부장은 조선일보의 지난 8월2일자 사설 “‘禹 수석 정상 업무 하고 있다’는 靑 비정상이다”를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불통(不通)형, 밀어붙이기형 인사(人事)와 국정 운영으로 숱하게 비판받아왔다”고 비판했다.

송 본부장은 “이전엔 ‘우병우 의혹 기사를 내보낸 조선일보 기자들 대 우병우’의 대립 구도였다”면서, 이 사설이 우 수석을 넘어 박 대통령에게로 전선이 확대된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우 수석이 방 사장을 빼놓고 소송을 벌이는 등 당초 청와대에서는 확전을 원치 않았지만, 조선일보가 우 수석을 고립시키는 걸 넘어 박 대통령까지 겨냥하며 확전의 불을 댕겼다는 것이다. 

송 본부장은 “당시 조선일보 사설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고 덧붙였다. 송 전 주필은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폭로한 대우조선해양의 언론인 초호화 접대 의혹의 주인공으로 지난 8월30일 퇴사했다. 

송 본부장은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서로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고 이런 점이 이번 조선일보 대 청와대 싸움으로 분출됐다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새누리당 친박계 한 인사의 말과 조선일보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의 멘트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2007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조선일보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경선 투표일 직전 대문짝만하게 사과문을 실었다.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냈다. 그때 선거본부장을 비롯해 우리 캠프 관계자 모두 격노했다. 이후 10년간 쌓인 서운함이 우병우 보도를 계기로 폭발한 측면이 있다.”(새누리당 친박계 한 인사)

“박근혜 정권 초기 ‘조선일보 몫’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사람을 박 대통령이 내친 일로 조선일보의 감정이 상한 걸로 안다.”(조선일보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

송 본부장은 “당시 조선일보 부국장급 인사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을 처음 꾸릴 때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됐다가 며칠 만에 취소됐다”며 “박 대통령이 참모 명단을 쭉 훑어보다가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이 사람은 MB 사람 아니냐’고 한 마디 하는 바람에 자리가 날라갔다는 얘기가 회자됐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그 직후인 2013년 5월5일에 ‘윤창중 성 추문’ 사건이 터진다”며 “박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한 윤창중 사건에서도 조선일보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에 대한 조선일보 비판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이 공공기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송 본부장은 말했다. 

송 본부장에 따르면, 한 기업체 임원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사실상 청와대가 임명한다”며 “청와대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언론사와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사업을 같이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공공기관 기관장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13일 오전 국회 본회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TV 자막 오탈자 찾는 박근혜

뿐만 아니라 신동아 10월호는 “보수언론에 박 정권은 ‘통제 벗어난 자식’”이라는 기사를 통해서 “이제 박근혜 정권을 좋아하는 언론매체는 일부 인터넷 우파 매체와 ‘일베’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박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했다. 

이 기사를 쓴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한때 방송가에선 ‘박 대통령이 자막의 오탈자도 찾아낼 정도로 열심히 TV를 본다’는 말이 떠돌았다”며 “그러면 어김없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전화가 온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이 평론가는 사례 하나를 들어 부연했다.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 첫 대통령 연설을 했던 지난 6월13일, TV조선이 “퇴임사는 발로 쓴다”는 자막을 낸 것이다.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축약해서 내보내다보니 발생한 실수였다.

이 평론가는 “방송계에 따르면, 청와대 쪽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며 “해당 방송사는 해명과 더불어 관계자에 대해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홍보수석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언론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보수 성향 언론은 왜 박근혜 정권을 강하게 비판할까”라고 물은 뒤 “몇몇 언론인의 설명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이 해도 해도 너무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정부가 한진해운 문제를 다루면서 수출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 언론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며 “이들은 창조경제니 뭐니 하며 박 정권이 벌여놓은 일들이 기대에 턱없이 미달한다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 언론이 박 대통령에게 당초 원한 것은 제2의 한강의 기적 같은 것”이라며 “‘보수는 유능하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말로 접어드는 요즘 박근혜 정부에 이런 기적 같은 걸 바라는 언론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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