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자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가 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님께’란 제목의 칼럼이 언론계에 꽤나 화제를 모았다. 김의겸 기자는 한겨레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보도를 언급하며 “취재를 하면 할수록 조선의 보도가 훌륭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적었다. 앞서 관련 의혹을 보도했던 경쟁사에 대한 보기 드문 칭찬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었다. “사장님은 젊은 시절 방갑중이라는 이름의 성실한 외신부 기자였고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고도 들었습니다. 사장님이 당당할 때 권력도 감히 조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겁니다.” 송희영 주필 사건 이후 청와대의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권력비리를 보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방갑중이라니. 방상훈 사장이 조선일보 기자 시절 방갑중이란 가명을 사용했던 걸까.
197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이름을 개명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방갑중씨의 중·고등학교 선배인 김영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그가 왜 개명을 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개명에는 보통 이유가 있다. 이름을 두고 놀림 받는 게 싫은 경우, 또는 본래의 이름을 숨겨야만 하는 경우.
과거 조선일보 사주였던 방응모씨의 친자 방재선씨는 1998년 방상훈 사장을 불법 해외재단 도피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방 사장이 1973년 미국 LA소재 740번지 번사이드(Burn Side St)지역에 3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옛 이름인 방갑중 명의로 구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명의 진짜 이유는 오직 본인만 알고 있다.
또 다른 궁금증. 조선일보는 김의겸 칼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10월 정례회의내용이 담긴 조선일보 14일자 지면에서 김의겸 칼럼이 등장했다. 독자위원들은 조선일보의 미르·K스포츠재단 보도가 미온적이어서 청와대와 화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하며 김의겸 기자의 칼럼을 꽤 길게 인용했다.
조선일보가 독자위원회의 입을 빌려 자사보도의 정당성이나 개선점을 시사했던 과거에 비춰보면 이번 지면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위를 비롯해 권력의 부정부패비리를 철저히 추적하겠다는 조선일보 스스로의 다짐을 비춘 것으로, 김의겸 칼럼에 대한 ‘방갑중’ 기자의 화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