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제2의 형제복지원’ 사태로 확산되고 있는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사태가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의 왜곡보도 논란으로 이어졌다.

SBS는 8일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최근 2년8개월 동안 수용인원의 10%인 1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각종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실태를 관계자 증언을 바탕으로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영양소를 갖춰서 나온 게 아니었다. 개밥이었다”는 전직 희망원 자원봉사자의 증언과 “(부원장 아들이)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목욕을 시켜달라고 이야기했다”는 전직 부원장 가사도우미 지인의 증언 등을 전했다.

▲ 지난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대구시립희망원의 운영주체가 천주교 대구대교구로 알려지며 지역사회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대구경북 지역 주요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지난 8일 시립희망원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편집국 내부에서 갈등이 터져 나왔다. 매일신문은 1946년 창간되었으며 1950년 천주교 대구교구가 인수했다.

지난 8일 매일신문은 ‘시립희망원엔 1500여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란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기자 이름 대신 ‘사회부’ 바이라인으로 나간 이 기사는 △수용자 과다 사망 △구타 등 인권침해 △급식 납품 비리 △강제 노동 등 언론과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제기한 주요 의혹에 대해 시립희망원측의 해명을 싣는데 치중했다.

▲ 10월 8일자 매일신문 1면.
이에 매일신문 편집국 41기 이하 기자들은 13일 성명을 내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처지가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지난 1년 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시립희망원 문제에 대한 첫 보도가 일방적인 해명기사였다”며 “교구의 입장 대변이 언론 윤리와 매일신문 구성원의 자존감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이어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의 사적 재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BS 방송에 출연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임성무 전 사무국장은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가 일제와 독재에 빌붙어 기생하는 反(반)교회적인 일을 통해 보상을 챙긴 부끄러운 역사를 가진 언론사”라고 비판한 뒤 “매일신문이 다시 민주언론으로 회복되는 방법도 결국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반성하고 쇄신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임성무 전 사무국장은 “기자들도 더 이상 교구를 탓하고, 언론사의 관료주의나 계급주의를 탓해서는 안 된다”며 저항을 촉구했다. 매일신문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오는 17일까지 △편집국장의 공식 사과 △일방적 취재 지시와 기사 누락에 대한 임원진의 재발방지 대책 제시 △교구 문제와 관련해 편집국장이 언론 윤리에 입각해 처리한다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2일 입장을 내고 “희망원의 모든 생활인들은 물론이고, 이번 일로 걱정하고 실망하신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진상파악을 약속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매일신문은 해당 사과를 지면에 실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