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영장 집행을 위한 협의 공문을 전달하러 온 데 대해 고 백남기 농민 측은 정치적 명분쌓기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백남기 투쟁본부(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투쟁본부)는 13일 유족 측 법률대리인과 홍 경찰서장의 면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홍 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2시 경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층 상담실에서 유족 측 법률대리인 조영선·이정일 변호사를 만나 부검영장 집행을 위한 협의 공문을 전달했다. 오는 16일까지 유가족 대표자를 정해서 협의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것이 공문의 요지다.

▲ 10월13일 오후 백씨 유족 법률대리인에게 4차 협의 공문을 전달하러 온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취재진에 둘러쌓여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법률대리인단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 절차는 응할 수 없다'는 유족 입장을 전달했으며 영장 취지가 가족 동의를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검 영장 전체 공개를 재요구했다.

법률대리인단 및 투쟁본부 측은 이미 유족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상황의 변화가 없음에도 홍 경찰서장이 방문한 점에 대해 “정치적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지극히 형식적 절차를 밟았다. 서류 전달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이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서 일정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차례 유족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굳이 찾아 올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경찰서장에 전달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박석운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거듭된 영장 전문 공개를 묵살하고 세네 번 통보서만 보내는 게 무엇이냐"면서 "경찰은 진정성 없는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유족의 영장 전체 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홍 경찰서장은 이날 면담에서 형사소송법에 위배되고 영장에 개인신상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영장 공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정일 변호사는 "형사소송 절차상 권리는 피의자를 전제로 한 것이다. 백씨 유족은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 가족 입장"이라면서 "가족이 왜 영장 집행을 당해야 하는지 일부만 알고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백남기 투쟁본부는 10월13일 오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의 장례식장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장례식장 3층 입구에서 항의 시위를 준비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이 변호사는 이어 "정보공개법 상으로도 수사 절차를 현저히 지연할 우려가 있을 때 공개가 안되는 것"이라며 "법원은 가족과의 협의를 전제로 해서 영장을 발부한 것이기 때문에 영장을 공개하는 것이 절차를 수월히 진행하는 것"이라 밝혔다.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개인정보를 가리고 공개하면 될 일"이라 일축했다.

홍 경찰서장은 "변화를 기대하고 적극 협조해 달라 말씀드렸다. 계속해서 유족과 협의해나가겠다"면서 "앞으로도 영장 집행을 위해서라면 올 의향이 있다. 다른 관계자가 방문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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