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자력발전소가 대규모 지진에 따른 해일(쓰나미)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제기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확인한 원전 부지고(해수면으로부터의 높이)에 따르면 고리 1·2호기의 부지고는 5.8m,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4호기 부지고는 9.5m로 나타났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을 덮친 쓰나미의 높이는 13.1m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수원은 부지고 기준 10m 높이의 해안 방벽을 쌓았다. 부지고 기준으로 지표면 기준 해안 방벽 높이는 고리 1·2호기의 경우 4.2m가 된다. 해안방벽이 설치된 곳은 고리원전이 유일하다. 신 고리원전이나 월성·신월성 원전, 한빛원전과 한울원전 등 바다 인근 원전의 경우 부지고 높이가 10m~12m여서 방벽을 설치하지 않았다. ‘만년빈도 EU스트레스 테스트’ 기준으로 해안방벽을 해수면 기준 10m로 세운 결과다.

▲ 원자력 발전소 부지고 및 해안장벽 높이. ⓒ송희경 의원실 제공
하지만 경주지진 이후 한국을 지진 안정권으로 가정했던 지표는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근 한반도 지진이 심상치 않다. 극단적 가정으로 후쿠시마처럼 해일이 발생하면 안전한 원전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지난 차바 태풍 때 마린시티를 덮친 파도 높이 역시 9m였다”고 전한 뒤 “지진과 태풍이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며 “해안방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저지진연구 권위자인 박진오 도쿄대 지진해일연구소 교수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양산단층의 연장선 해저단층이 남해와 동해에 발달해 움직이게 된다면 쓰나미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해안가 부근에 위치한 원전은 쓰나미에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된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이 데미지를 입었던 이유는 흔들림 때문이 아니라 단지 바닷물 때문이었다.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발전소 안에 들어와서 전기설비를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해안방벽과 해저단층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고리 원전. ⓒ연합뉴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 13.1m의 쓰나미를 몰고 와 5.7m 방벽을 넘고 10m암반위에 건설된 후쿠시마 1~4호기를 덮쳤다. 그 사이 비상 디젤발전기 13기중 12기가 침수해 고장 났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후쿠시마 수준의 파도가 넘어오면 바닷물이 (발전소 내부로) 넘어오겠지만 자체 용역을 통해 연구한 결과 그런 규모의 해일이 한반도에는 올 수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원안위 국감에선 내진·방수·방화가 가능한 밀폐 방수문이 현재 원전 단 한곳에도 설치되지 않은 점 또한 지적됐다. 송희경 의원은 “(원안위가) 밀폐 방수문을 2014년 11월에 만들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방수문 인허가 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한 뒤 “일본 원전에는 밀폐 방수문이 되어있다고 하는데, 한국 원전의 경우 비상용 배터리 위치도 저층에 있어 해일이 닥치면 대부분 침수하게 된다”며 빠른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수원은 2018년 12월까지 밀폐 방수문 건설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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