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무한도전’ 501화 ‘무도리GO특집’편에서 뜻밖의 극적 장치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이 등장했다.

이날 특집은 증강현실에서 과거 무한도전 인기 특집을 찾아 포획하는 내용으로, 500회를 맞아 당시 특집에 출연했던 사람들과 만나고 상징적 공간과 사건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방송에선 △조정 △레슬링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같은 장기기획을 비롯해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2 △꼬리잡기 △강변북로 가요제 △여드름브레이크 등 인기 방송분이 등장했다.

▲ 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MBC
‘꼬리잡기’편에서 등장했던 서울 여의도공원 전화박스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무엇이든 알려주는’ 전화박스를 사이에 두고 벌인 멤버들의 추격전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무한도전의 명장면 중 하나다. 그런데 이날 재등장한 전화박스 안 공중전화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붙어있었다. 당연하게도 제작진이 의도를 가지고 부착한 것이다.

왜 하필 ‘꼬리잡기’편 공중전화에 세월호 리본을 붙였을까. 이날 특집은 500회까지 걸어온 시간을 회상하며 잠시 과거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쉽게 말해 시간을 초월한 과거와의 대화다. ‘꼬리잡기’ 특집이 방송된 날은 2009년 9월5일. 김재철 사장이 MBC에 취임(2010년3월)하기 전이다. 이 시기 MBC에는 ‘PD수첩’ 최승호 PD, ‘100분토론’의 손석희 앵커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이들이 MBC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MBC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유가족의 분노를, 침몰의 진실을 제대로 보도해냈다면 어땠을까. 증강현실 속 공중전화가 시간을 초월한 소통의 창구라면, 공중전화 속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은 과거 공영방송 MBC를 이끌었던 기자·PD들에게 참사의 희생자를 인도하는 부적과 같은 역할을 한다.

2009년 당시 MBC는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실시한 언론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 1위였다. 이명박정부 방송장악에 맞섰던 기자·PD들은 2012년 파업 이후 부당징계를 받고 현장에서 쫓겨났다. 파업에 동참했던 무한도전도 폐지 위협을 받았다. 오늘날 MBC의 언론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그래서 공중전화에 붙은 세월호 리본은 2009년 MBC 구성원과 2016년 MBC 구성원이 서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그리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 하나. 공중전화에 붙은 리본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주고 있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무전기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 것처럼, 공중전화는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을 놓쳐버린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와 닿고자 만든 일종의 무전기다. 전화를 걸어, 그리운 아들·딸의 목소리에 닿을 수만 있다면…. 무한도전 500회 특집은 보는 이에 따라 이처럼 먹먹함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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