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오류 논란에 묵묵부답인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이 병원장의 사과와 사망진단서 수정을 요구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내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을 국민의 생명과 존엄성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진정한 공공병원으로 바로잡지 못한 책임을 느낀다"며 "병원장은 지금이라도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고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10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내 시계탑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관련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계탑 건물 내 서창석 병원장실이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사망종류가 '병사', 사인이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폐정지'로 기재된 백씨의 사망진단서는 공개되자마자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사망진단서 지침에 위배될 뿐더러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이 백씨의 원 사인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비판이 확산되자 병원과 의과대학 전문의 5인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검토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지침에는 위배되지만 사인의 판단은 담당 의사에 재량에 속한다'고 결론 내렸다. 주치의(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백씨의 심폐정지는 유족의 소극적 치료에 기인한 병사라는 이유로 사망진단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특조위와 백교수의 판단을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정희 의료연대 서울지부장은 "서울대병원과 전문가 양심을 믿었던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공권력에 의해 아버지, 남편, 할아버지를 잃은 유족에게 적극적 치료 운운하며 책임을 돌린 것은 사실이 아님은 물론, 인륜을 저버리는 망언이었다"고 지적했다.

▲ 서울대 의과대학 재학생 102인이 사망진단서 논란을 비판한 공동 연명 성명서.

노조가 서울대 병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이유는 문제의 사망진단서에 서울대병원 경영진이 관여한 정황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씨의 의무기록에는 '신찬수 부원장과 백선하 교수가 상의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적혀있다. 사망 직전 의무기록에는 '부원장 지시에 의한 승압제 투여'라는 내용이 기록돼있다.

경영진의 특수한 행동은 백씨 사망 이후에도 지속됐다. 노조에 따르면 신 부원장은 사망 이틀 뒤 유족의 의무기록 발급 신청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의무기록 신청서' 원본을 요청했다. 지난달 29일엔 병원의 '기획조정실'이 사고 당시 백씨 상황이 기록된 응급실 자료를 요청해 확인했다.

박경득 분회장은 "문제의 사망진단서는 백선하 교수 개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병원 경영진이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전 국민이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서울대병원의 이름으로 된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수정하지 않는 병원의 입장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10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내 시계탑 앞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사과문을 대표 낭독한 박 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을 향해 "서울대 병원장은 지금이라도 사망진단서를 수정하고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서창석 병원장실이 있는 병원 내 시계탑 앞에서 열렸다.

박경득 분회장 등 노조 임원은 기자회견 후 장례식장으로 이동해 유족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현재 정부 및 병원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에 맞서 10일 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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