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故백남기씨의 딸 백민주화씨에 대한 여당 국회의원과 일부 언론인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백씨 가족이 해명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 다시 유족 혐오 여론을 조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씨 사망 당시 백씨의 딸(백민주화)은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 이 딸은 아버지가 사망한 날 발리에 있으면서 페이스북에 ‘오늘밤 촛불을 들어주세요. 아버지를 지켜주세요’라고 썼다”고 적었다. 마치 백민주화씨가 아버지의 임종 당시에 해외여행을 즐겼다며 힐난하는 투였다. MBC 제3노조위원장인 김세의 MBC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위독한 아버지의 사망시기가 정해진 상황에서 해외여행지 발리로 놀러갔다”며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와 관련 만화가 윤서인씨는 자유경제원 한 컷 만화를 통해 백씨가 비키니를 입고 휴양지 리조트 썬베드에 누워 ‘아버지를 살려내라…X같은 나라’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장면을 묘사하는가하면 만화 속에서 “호핑투어”를 언급하는 식으로 백씨의 발리행을 묘사했다. 이 만화는 온라인에서 널리 확산되며 국가공권력을 비판하고 있는 백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했다.

▲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오른쪽)와 백민주화(왼쪽)씨의 모습. ⓒ이치열 기자
이에 백민주화씨의 언니 백도라지씨는 5일 밤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논란을 해명하고 나섰다. 백씨는 “동생(백민주화)은 현재 남편, 네 살짜리 아들과 함께 네덜란드에 살고 있고 지난 7월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고 하여 아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동생은 두 달간 아버지 곁을 지켰다”고 전했다. 이어 “동생의 시댁형님이 올해 1월 아들을 출산했고 친정이 발리인 시댁형님은 새로 태어난 손자를 친정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자 발리에서 아들의 세례식을 하기로 했고 동생의 시아주버니도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처가댁인 발리로 갔다. 예전부터 계획이 되어 있던 일정이었다”고 밝혔다.

백도라지씨는 “(동생이) 발리에서 가족들과 머물던 중,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지난 9월27일 남편과 아들은 물론 시부모님까지 함께 한국으로 왔다”고 전한 뒤 “단지 아버지께서 운명하시는 순간, 발리에 동생이 머물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말 하겠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검찰과 경찰의 강제부검 시도 때문에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슬퍼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비방에 가까운 일련의 행위들을 두고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들을 모욕하는 일은 그만 두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백민주화씨 논란을 통해 불거진 ‘유족 혐오’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등장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은 희생자들을 ‘오뎅’에 비유하며 희화화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당시 보수언론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에 돌입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사생활을 들춰내며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유족 혐오’는 국가를 상대로 한 유가족 요구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혐오 조장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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