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측근으로 떠오른 ‘차은택’은 누구인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사무실 마련부터 재단을 이끌 핵심 인사 선임에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47) 광고감독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미르 재단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의 계약시점은 2015년 10월24일이고 임차인은 김아무개(43)씨로 기재돼 있다. 김씨는 광고업계의 그래픽디자이너로 차 감독과 오랫동안 광고 제작을 함께 해왔으며 평소 ‘형 동생’ 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김씨는 건물주와 계약을 맺은 당사자지만 미르의 이사도 직원도 아니다. 차 감독이 12년 동안 대표로 있던 아프리카픽쳐스의 전 직원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친한 사이다. 김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서 아프리카픽쳐스의 일도 맡아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년 전 한 기획사에 이사로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한겨레는 “차 감독은 재단이 둥지를 틀 공간 마련뿐만 아니라 재단을 이끌 핵심 인사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우는 데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재단의 ‘얼굴’인 이사장은 그가 다닌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김형수 교수였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어 “500억 원 규모의 재단 살림을 실질적으로 꾸려나갈 사무총장 또한 그가 추천한 인사였다”며 “재단 최고 의사결정기구라 할 이사회엔 이사장 이외에도 그가 추천한 장순각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이한선 전 에이치에스애드 국장이 이사로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6일자 5면
한겨레는 최순실씨와 차 감독의 관계에 대해 “둘이 대등한 관계는 아니다. 상하 또는 수직적 관계에 가깝다는 게 두 사람 주변의 평가”라며 “미르 재단의 공간을 마련하고 자신의 사람들로 조직을 꾸릴 수 있었던 차 감독의 영향력도 결국 최씨를 빼곤 설명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차 감독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차 감독의 지인들은 한겨레에 “2013년이나 적어도 2014년 초부터는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씨를 통해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앞서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칼럼에서 차 감독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며 “게임물관리위원장 A씨는 자신을 발탁해준 김종덕 당시 문화부장관의 저녁 호출을 받았다. 호텔 음식점 방에는 장관 외에 차은택과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앉아 있었다. 이들끼리 숙의가 끝날 때까지 A씨는 바깥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 그런 뒤 들어가자 이런 지침을 받았다. ‘문화창조융합 일은 차은택이 시킨 대로 하면 된다. 그가 편하게 일하도록 명예단장 직을 주면 어떤가.’”라고 밝혔다.

한겨레 6일자 5면
백남기 농민 사건, 첫 ‘상설특검’ 열릴까

야 3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정의당)이 고 백남기 농민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부검으로 진실을 밝히면 된다”며 상설특검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거의 1년 동안 진전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정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야 3당은 상설특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상설특검법상 특검 발동 조건을 규정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국회가 의결한 경우’(제2조 1항)에 따라 ‘백남기 특검’을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김관영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존 제도 내에서 새누리당을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상설특검”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상설특검은 여야 합의로 이미 모든 절차를 정해둔 만큼 새누리당의 심리적 부담도 덜 수 있고 속도감 있는 진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면서도 “새누리당이 ‘선 검찰 수사(부검)’ 입장을 밝히며 특검에 반발하고 있어 야 3당이 공조한 ‘백남기 특검’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은 “당장 법사위가 1차 관문이다. 법사위 내 법안심사소위 표결에서 과반 찬성이 나오지 않으면 부결된다. 법안심사소위는 여야 각각 4명씩 동수로 운영된다”며 “특히 법사위 관문엔 새누리당 소속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버티고 있어 야당이 단독으로 특검안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6일자 15면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백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가족들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청장 등 경찰 7명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주요 피고발인들을 부르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고발 7개월 만인 지난 6월 현장 지휘관인 당시 4기동단장을 비롯해 4기동단 기동장비계장과 살수요원 2명 등 총 4명을 한차례씩 불러 조사했을 뿐”이라며 “검찰은 이번주 장향진 전 서울청 차장을 부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엔 미적대던 검찰이 백씨가 숨진 뒤 부검 집행엔 의욕을 보이자 유족들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백남기 투쟁본부’는 “10개월째 수사다운 수사 한번 하지 않다가 부검 ‘조건부 영장’이 발부되자 이제와 피고발인 소환계획을 내놓는 검찰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 불신은 ‘조건부 부검영장’ 효력 논란으로 

백씨의 시신 부검을 놓고도 이례적인 조건부 부검영장의 효력과 해석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백씨 부검영장의 ‘압수수색 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에 따르면 “사망원인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되, 객관성·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부검의 방법과 절차에 관해 다음 사항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고 있다. 

그 내용은 △유족이 원하는 장소에서 부검 실시 △유족이 원하는 이들의 부검 참관 △사체 훼손 최소화 △부검 과정 영상 촬영 △부검 실시 이전과 진행 과정에서 부검의 시기 및 방법과 절차, 부검 진행 경과 등에 관해 유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것 등이다.

서울고등법원 등 12개 법원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5일 국정감사에서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측 증인으로 출석한 강형주 법원장은 “조건 규정이 권고가 아닌 의무라고 볼 수 있느냐”(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백 의원이 “의무 규정을 지키지 못한 영장 집행은 위법하지 않느냐”고 묻자 “일단 제한에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4일 진행된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부검 필요성을 묻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법원의 발부 영장은 원칙적으로 강제 처분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유족의 의사와 희망을 잘 고려해서 영장 집행에는 무리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신문 6일자 6면
서울신문에 따르면 법학자들은 사실상 기각 취지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이 발부돼 집행하는 것은 본래 상대방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 강제 수사”라면서 “그러나 이번 사안은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사실상 기각의 뜻이 강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원은 백씨의 부검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보지만 꼭 필요하다면 절차를 지켜서 하라는 뜻으로 여겨진다”고 해석했다.

반면 수도권 지역의 또 다른 판사는 “설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영장 대상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못하더라도 부검 자체는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일부 기각으로 영장을 발부한 만큼 검찰이 적시된 내용들을 지켜 집행하면 될 일이고, 지키지 않은 부분은 본안 재판에서 따질 일”이라고 말했다. 

사망진단서 쓴 서울대병원 전공의 잠적

이런 와중에 백씨의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 의대 교수의 지시에 따라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 권모씨가 5일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권씨가 4일 오후 휴대폰 전화번호를 없애고 이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권씨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계정 프로필에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갈무리한 사진을 올려놨다. 해당 장면에서 한 꼬마는 주인공에게 숟가락이 휘는 모습을 보여주며 ‘숟가락을 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건 불가능해요. 대신 진실만을 깨달으려 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3개월 동안 백씨 주치의를 맡으면서 진료를 했던 전공의 권씨가 사망진단서 작성 이후 힘들어했던 것 같다”며 “외압에 의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 주치의로서 최선을 다한 권씨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6일자 18면
한편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진단서 등 작성·교부지침’에 따르면 사망의 종류는 직접적인 사인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선행사인으로 결정해야 한다. 고인의 경우 선행사인이 ‘급성경막하출혈’인데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재돼 있다”며 “외상성 요인으로 발생한 급성경막하출혈과 병사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망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은 사망의 증세라고 할 수 있고 절대로 사망원인이 될 수 없다”며 서울대병원이 백씨 사망원인을 ‘심폐정지’로 기록한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 사저 경호동 예산에 68억원 배정, 국정원이 부동산 업무?

청와대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사저 논란을 두고 공방을 이어간 가운데 박 대통령의 사저 경호동 관련 예산으로 68억 원이 책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 사저에 경호를 위한 건물 신축을 위한 예산으로 올해 49억5000만원, 내년 18억1700만원이 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총 68억원 수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건설 비용(67억원)과 비슷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호 시설 예산으로 35억 원,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억 원, 김영삼 전 대통령은 18억 원이 책정됐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 예산 요구는 아직 없었다”며 “직전 대통령 사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산을 추정 책정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6일자 4면
박 대통령은 1979년 10·26 사태 이후 청와대를 나와 서울 중구 신당동으로 옮긴 뒤 성북구 성북동, 중구 장충동 등을 거쳐 1990년부터 대통령 취임 때까지 23년간 삼성동 사저에 거주했다. 지난 3월 공직자 재산 신고 때 사저의 평가액은 25억3000만원이었다.

박지원 위원장은 전날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사저를 찾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나는 사저 준비(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정원에 대북 업무가 아닌 부동산 업무를 지시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청와대가 삼성동 사저가 아닌 다른 곳을 물색 중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논거 중 하나로 삼성동 사저에 경호동(棟)을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대지 484㎡에 건물 317㎡ 규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인 삼성동 사저에는 주변에 경호동을 지을 만한 여유 부지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경호 문제는 관계 기관과 협의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 아직 결론이 난 건 없다”며 “만약 부지가 없어 경호동을 새로 짓지 못한다면 주변의 적절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을 해서 경호동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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