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의학 전공자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약사 및 약대생, 한의사 및 한의대생들도 공동으로 규탄성명서를 내 서울대 병원의 사과와 사망진단서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약사 65인 및 약대생 57인은 4일 "우리 사회의 병사를 막아야 합니다"란 제목의 122인 공동 연명 성명서를 발표했다.

▲ 약학 전공자 122인이 공동 연명해 "우리 사회의 병사를 막아야 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 제공

이들은 "물 대포로 인한 외상으로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이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둔갑한 2016년, 의대생들은 의사의 길을 물었으니 우린 답을 찾을 수 없었다"며 "그렇기에 그들과 함께 길을 만들고자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이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모든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라 배웠다"면서 "긴 시간 지켜왔던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 소수의 비양심적 전문가에 의해 훼손되는 일은 그 이유를 막론하고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의학 전공자들도 의료인으로서 양심선언에 동참 했다. 전국의 한의대생 297인, 한의사 124인 등 한의학 전공자 421명은 4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면서 "서울대 병원은 당장 사과하고 사망진단서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망원인을 '병사'라고 기재한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는 것은 이미 많은 양심 있는 의대생들과 의료인들의 용기로 명명백백히 드러났다"면서 "주치의 개인이 아니라고 우겨댄다고 진실이 가려지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 약학 전공자 122명과 한의학 전공자 421명의 공동 성명서가 게시된 장례식장 입구. 사진=정수연 민중연합당 대변인 제공

이들은 또한 '함께 학습하고 지식을 나눈 의료인들'에게 "사망진단서로 인해 부당한 부검이 시행된다면 의료인, 예비의료인으로서 부끄러운 역사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의료인의 윤리적 실천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두 성명서는 현재 백씨가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3층 입구에 게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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