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조간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보도가 쏟아졌다. 각 언론사의 개별적인 기사들을 꿰어맞추면 결론은 하나다. ‘면죄부’.

조선일보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행에 주목했다. 주요 언론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투쟁 유불리를 따질 때 조선일보는 생뚱맞게 문 전 대표를 띄운 것이다. 청와대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모습이다. 

오는 11월은 국정교과서 정국이다. 내달 말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된다. 학생들이 내년 3월부터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운다는 걸 생각하면 수정할 시간은 고작 한 달 남짓. 졸속 처리가 우려되는 까닭이다. 

아래는 4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 “백남기씨의 사인 내가 쓰면 외인사”>
<국민일보 : ‘복면 필진’ 밀실 제작… 수정할 시간 없다>
<동아일보 : 위험한 ‘아마추어 내진설계’>
<서울신문 : “여야 서로 주고 받는 ‘논제로섬 게임’ 하라>
<세계일보 : 겉도는 정보공개 서비스 알맹이없는 문서만 ‘와르르’>
<조선일보 : 工學과외 받으러 학원 가는 한국 工大生>
<중앙일보 : 한미약품 투자자 울린 ‘공시제 빈틈’>
<한겨레 : “사회적 대화 절대 참여 안한다” ‘노조 무력화’ 총대 멘 코레일>
<한국일보 : “평창 슬라이딩 센터 위험” 국제연맹서 경고>

우병우 처가 ‘화성 땅’도 면죄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우 수석 처가의 경기도 화성 땅 차명 보유 및 위장거래 정황이다.

국민일보는 “우 수석 본인을 사법처리할 만한 범죄 혐의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정적인 물증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상태라면,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강남 땅 거래를 무혐의로 가닥 잡은 것처럼 검찰이 또다시 우 수석에게 무혐의 면죄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이번 주 안으로 화성 땅 의혹과 관련해 등기부상 토지 소유자인 이모(61)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우 수석 장인인 고 이상달 전 삼남 개발 회장으로부터 부동산을 샀다고 알려진 이씨가 실상은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위장 거래’를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 국민일보 4일자 보도.
국민일보는 “이씨는 1995~2005년 기흥컨트리클럽 인근의 땅 1만4829㎡
(약 4486평)를 여러 차례 걸쳐 사들였다”며 “그는 2014년 11월 이중 4929㎡를 우 수석 부인과 세 자매에게 되팔았다. 매매가격은 7억4000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20%가 채 안 됐고 공시지가보다도 4000만 원가량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이씨가 명의를 빌려줬다가 이후 외형상 매매 형식을 갖춰 ‘진짜 주인’인 우 수석 부인 등에게 땅을 돌려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2005년 이전 거래의 경우 명의신탁이 입증된다 해도 공소시효 문제가 남는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의 경우 시효가 5년이고, 거액의 세금탈루가 있었다 해도 공소시효(10년)는 이미 지났다는 해석이 많다”고 전했다.

우 수석은 대외적으로 화성 땅과 직접 소유 관계가 없으나 그가 공직에 있으면서 부인의 부동산 차명보유 사실을 고의로 누락‧축소 신고했다면 ‘공직자 윤리법’에 해당될 수 있다.

우 수석 아들 꽃보직 의혹도 무혐의?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도 무혐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지난 8월 우 수석 아들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한겨레는 “검찰은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 수석 아들 보직 특혜는 경찰의 ‘셀프 충성’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우 수석 아들이 운전병으로 지원한 것을 확인하고 ‘알아서’ 보직 특혜를 줬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의경으로 입대한 우 수석 아들(24)은 지난해 4월15일 정부 서울청사 경비부대로 발령을 받았고 2개월 후인 7월3일 ‘꽃보직’으로 알려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발령이 났다.

▲ 한겨레 4일자 5면.
한겨레는 “우 수석 아들의 전보는 당시 이상철 경비부장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경비부장은 의경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이상철 부장은 그해 말 치안감 승진 대상자였다. 경찰 고위 간부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 손을 거친다”고 밝혔다.

다만, 경향신문은 “검찰은 우 수석과 부인 등 가족 5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주)정강이 가지고 있던 4억4160여 만 원 상당의 서화(그림)를 사무실이 아닌 우 수석의 서울 압구정동 자택에 보관했던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그림이 우 수석 자택에 보관‧전시됐던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 수석에게 횡령죄를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정현의 단식 투쟁… 여‧야 셈법 따지는 언론

이정현 새누리당 당대표의 7일간 단식투쟁은 ‘빈손’으로 끝이 났다. 주요 일간지들은 정치면에서 여‧야의 유불리에 대해 주판알을 튕겼다.

머리기사 제목에서 진보‧보수 언론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상처뿐인 회군’… 뒤로 다 챙겼지만, 국정 팽개쳐 장기적 악재”라는 기사를 통해 이 대표를 직격했다.

정리하면, 단식투쟁으로 이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으로부터 얻어낸 것은 없지만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최순실 게이트, 우정우 청와대 민정수석 도덕성 논란 등이 덮혀지거나 상황 정리됐다는 것이다.

▲ 경향신문 4일자 3면.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집권여당이 당장의 정치적 실리를 일부 얻었을지는 모르지만, 국정을 내팽개친 여당이자 정치세력이란 낙인이 남게 된 만큼 장기적으론 부메랑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또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없고, 전략‧전술 모두에서 실패한 ‘무능’ 세력 이미지를 노정한 만큼 중도층 이탈은 물론 지지층 이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 역시 6면 제목을 “‘청와대만 결사 보위’ 친박 한계 적나라하게 노출”이라고 뽑으며 이 대표의 ‘단식투정’을 비판했다.

▲ 한겨레 4일자 6면.
한겨레는 “성적표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이번 사태로 ‘친박(친박근혜)당’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이라며 “새누리당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 등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불리한 사안을 틀어막을 시간을 벌기 위해 공당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국정감사)조차 포기했다”고 질타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정세균 국회의장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3면 기사 제목은 “운신 폭 좁아진 정세균… ‘이정현 논개작전 성공 측면 있다’”였다. 

중앙일보는 “겉으로 보면 이정현 대표의 조건 없는 단식 중단과 국감 복귀를 받아낸 야당의 완승이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승자의 패러독스’를 염려하고 있다. 중립성 논란으로 정세균 국회의장도 상처를 입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걱정”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태로 인해 오는 연말 예산정국에서 정 의장이 여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권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 중앙일보 4일자 3면.
예를 들면 “정 의장이 야당에 동조해 법인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새누리당이 반대해도 본회의에 상정해 ‘여소야대’의 힘으로 통과시킬 수 있”지만 ‘단식 정국’으로 국회 파행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다가올 파국인 국정교과서 정국 때 내놓을 수 있는 야당의 교육부장관 해임 건의안 카드도 이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선행에 주목

주요 언론이 정치면에서 ‘단식투쟁’에 대한 셈법을 골몰할 때 조선일보는 문재인의 대선행에 주목했다. 새삼 ‘대선정국’이라는 걸 일깨워주는 지면 편집이다. 어수선한 정부·여당과는 대조적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문 전 대표는 지난 추석 이후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망, 지진과 원전 등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며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지난 3일 SNS에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운영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개천절 아침에 ‘홍익인간’을 떠올리면서 세월호의 아이들과 백남기 선생의 죽음 앞에 거듭 사죄의 마음을 가진다”며 “이 시대의 안타까운 죽음들을 반드시 ‘사람이 먼저’인 사회의 이정표로 삼겠다”고 했다.

▲ 조선일보 4일자 4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추석 이후 문 전 대표의 일정과 메시지가 그전과 비교해 2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또 “문 전 대표는 최근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며 대선 및 당내 경선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며 “접촉 대상은 야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민사회 원로에서 야권 중진‧원로들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최근 경제문제에 ‘성장론’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문 전 대표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가정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그 이름도 대중성을 고려해 ‘국민이 부자되는 성장’으로 붙일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담기지 않았고 문 전 대표의 행보나 발언을 문 전 대표 측 관계자가 해설하는 방식이었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수석 및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으로 청와대와 첨예하게 각을 세워왔다. 그러나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과의 억대 향응 논란으로 회사를 떠난 뒤 보도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를 띄우는 편집이 흥미롭다.

‘복면 집필’ 국정교과서, 수정할 시간 없어

국민일보 1면은 국정역사교과서를 다뤘다. 중‧고교생은 내년 3월부터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되는데, 제작과정과 배포되는 시기 등을 고려하면 수정이 가능한 시간은 한 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역사학계와 일반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자, 군사작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사불란함과 보안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집필진 46명, 편찬심의회 멤버 16명, 집필 기준, 원고본 내용 등은 베일에 감춰진 상태다.

▲ 국민일보 4일자 1면.
국민일보는 “정부는 국정화 보안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컨트롤타워격인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사무실은 청문 등 보안 시스템으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교과서 집필이 이뤄지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 국사편찬위도 외부인 출입이 통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집필진에 보안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집필 초‧중반까지 6개 그룹으로 나눠진 집필진이 다른 그룹 집필진이 누군지조차 모르게 할 정도로 보안에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역구 주민 폄훼하는 새누리 의원과
“4‧3은 공산 폭동” 이기동 원장의 무개념 발언

두 인사의 입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먼저 경북 성주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정책위 회의실에서 “아직도 우리 성주군의 좌파 종북 세력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 한겨레 4일자 보도.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을 폄하하고 욕보인 것이다. 이에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키로 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한겨레는 “투쟁위 자문위원은 곽길영‧김명석‧도정태‧배명호‧백철현 등 성주군의원 5명으로 이뤄졌다”며 “이들은 모두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들”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인사는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산 폭도 세력들에 의해 4‧3사건이 일어났느냐”는 의원 질의에 “그렇게 본다”, “공산 폭도들에게 위협당한 것”이라며 4‧3사건을 공산폭동으로 규정했다.

▲ 한겨레 4일자 보도.
이에 제주4‧3연구소는 3일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인사가 한국학 진흥과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임무를 지난 한중연 원장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제주4‧3연구소는 “이 원장의 발언은 4‧3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역사적 진실을 봐야 할 사학자가 4‧3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놀라움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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