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을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일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댓글이 쇄도했고 “굶으면 학실히(확실히) 죽는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단식 농성을 계속하기를, 그래서 죽게 되면 반드시 부검을 해야 한다는 등의 농담이 나돌기도 했다.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대표실에서 진행되는 비공개 단식도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건 지난달 26일, 이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단호한 결의를 다졌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며칠 정해놓는 식으로 장난처럼 할 거였음 시작하지도 않았다”거나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 등 결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 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지난달 30일 상황. 비공개 단식이란 비난을 우려해서인지 사흘째부터는 방문을 열어놓았다. 포커스뉴스.
야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세균 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지만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통해 전해진 정 의장의 발언은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중 하나를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 그래서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는 것이었다.

정 의장은 “여야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대표는 단식에 들어갔고 새누리당은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다.

28일에는 지지자 1000여명을 모아놓고 결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본인은 단식을 계속할 테니 다른 의원들은 국감에 복귀해 달라고 말했다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철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이 복귀하는 상황에서 국감 보이콧을 계속할 명분이 없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최근 들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조선일보 조차 사설에서 “정세균 의장은 사과하고 새누리당은 국감에 복귀하라”고 조언했을 정도였다.

이 대표는 단식 4일째부터 드러눕기 시작해서 5일째부터는 휠체어를 타고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이 대표가 2014년 10월,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한 발언도 다시 회자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거 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금요일 박 대통령이 단식 중단을 요청한 지 이틀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오후 이 대표를 면담하고 난 뒤 “대통령께서 많이 걱정하셔서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러 왔다”며 “아직은 의지가 강해 조금 더 지속하려고 하는데 중단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수석은 2일 오후 다시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고 김 수석이 다녀간 뒤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마치 청와대의 인정 또는 허락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한 모양새였다.

희화화되긴 했지만 이 대표의 단식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구심점을 만들었다는 평가와 출구전략도 없이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가면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실제로 정 의장의 퇴진은커녕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고 유일하게 얻은 성과라면 청와대에서 ‘장하다’ 또는 ‘잘했다’는 정도의 인정 뿐이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던지 두 번째 청와대의 전갈을 받고 단식을 멈췄다. 추미애 대표의 예언이 정확히 맞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