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건 지난달 26일, 이 대표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단호한 결의를 다졌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며칠 정해놓는 식으로 장난처럼 할 거였음 시작하지도 않았다”거나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 등 결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여야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대표는 단식에 들어갔고 새누리당은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다.
28일에는 지지자 1000여명을 모아놓고 결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본인은 단식을 계속할 테니 다른 의원들은 국감에 복귀해 달라고 말했다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철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이 복귀하는 상황에서 국감 보이콧을 계속할 명분이 없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최근 들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조선일보 조차 사설에서 “정세균 의장은 사과하고 새누리당은 국감에 복귀하라”고 조언했을 정도였다.
이 대표는 단식 4일째부터 드러눕기 시작해서 5일째부터는 휠체어를 타고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이 대표가 2014년 10월,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는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한 발언도 다시 회자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대통령에게 그냥 잘 보이고 싶은 거 뿐이어서,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곧바로) 끝날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금요일 박 대통령이 단식 중단을 요청한 지 이틀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오후 이 대표를 면담하고 난 뒤 “대통령께서 많이 걱정하셔서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러 왔다”며 “아직은 의지가 강해 조금 더 지속하려고 하는데 중단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 수석은 2일 오후 다시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고 김 수석이 다녀간 뒤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마치 청와대의 인정 또는 허락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라도 한 모양새였다.
희화화되긴 했지만 이 대표의 단식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구심점을 만들었다는 평가와 출구전략도 없이 국감을 파행으로 몰아가면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실제로 정 의장의 퇴진은커녕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고 유일하게 얻은 성과라면 청와대에서 ‘장하다’ 또는 ‘잘했다’는 정도의 인정 뿐이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던지 두 번째 청와대의 전갈을 받고 단식을 멈췄다. 추미애 대표의 예언이 정확히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