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전 대표)가 국정감사 보이콧에 대해 정세균 의장에게 국회정상화를 위해 행동할 것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국정감사 복귀를 촉구했다. 갈등이 벌어지면 양쪽을 모두 비판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안철수 전 대표의 특징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안철수 의원은 1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비상 상황이다. 경제가 큰 고비를 맞고 있고 민생은 불안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각종 의혹을 쌓아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마저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농림부 장관 해임안 가결 이후 일주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다. 해임안은 가결되었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그에 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생 결단 전쟁을 벌일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포커스뉴스

안 의원은 이어 “정세균 의장과 이정현 대표께 호소한다. 이 상황을 이제 끝내주십시오”라며 “작금의 대결은 오로지 정치인들만의 다툼일 뿐이다. 국민이 보고 있다. 이 부끄러운 상황을 당장 끝내주십시오”고 강조했다. 국감 보이콧 사태를 정치인들 간의 다툼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은 “지금의 반의반 쪽 국정감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가 여야가 함께 국민 앞에 약속한 일정이고, 피감기관과 증인들에게 요구한 일정이다. 그것을 멈출 어떤 명분도 권리도 국회의원들에겐 없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안 의원은 또한 “약속을 지키는 국회, 일하는 국회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모두 공멸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부와 제대로 감시 견제하지 못하는 국회로는 어떤 위기도 헤쳐 나갈 수 없다”며 “정작 위기는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정세균 의장에게 “국회의장은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습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게 나서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는 “국정감사에 복귀해 주십시오. 산적한 국가적 위기에 대해 여야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국회가 속히 정상화되어 민생 위기, 안보 위기, 국민 안전의 위기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국회에 대한 불안과 탄식을 조금이라도 희망으로 바꿔야 할 의무가 국회에 있다”며 “거듭 국민만 보고 결단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런 입장은 국민의당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정세균 의장에게 동시에 양보를 요구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다리며 다시 한 번 기다리겠다. 이성을 되찾고 국감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며 “정세균 의장님께도 부탁한다. 다소 면이 상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국민을 보시고 또 국정을 위해 적절한 의견표명을 통해서 국감정상화를 위한 물꼬 터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런 중재자 역할이 이도 저도 아닌 갈지 자(之) 행보로 비칠 수도 있다. 당초 야3당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것을 논의했으나 국민의당의 요구로 김 장관 한 명에 대해서만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나름의 중재였다.

▲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정기회) 4차 본회의에 참석한 정진석(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그러던 국민의당은 막상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에는 동참하지 않았고, 새누리당은 이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다 결국 김재수 해임건의안 표결처리가 다가오자 자유투표로 당론을 정했고 국민의당 의원 다수가 동의해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을 ‘더민주 2중대’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이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는 것도 국민의당의 중재자 역할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정현 대표는 이미 “정세균이 물러나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라고 배수진을 쳤고,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무리한 폭로까지 이어가고 있다. 정세균 의장이 입장 표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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