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료인으로서의 소명의식대로 실천해 줄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의학 전공생으로서는 최초의 양심선언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102인은 30일 성명을 내 "사망진단서는 환자와 유족을 위한 의사의 마지막 배려라고 우리는 배웠다"면서 "우리가 소명으로 삼고자 하는 직업적 양심이 침해받은 사안에 대해 침묵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절히 청한다"고 선언했다.

▲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3층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102인이 쓴 성명서가 붙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본 공동 성명서는 익명의 서울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료 윤리에 어긋난 사망진단서가 발급된 것에 대해 "혼자 마음 아파하고 침묵하고 있는 것보다는 함께 나서서 이야기를 해 무거운 짐을 덜 수 있기 위해" 추진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법의학 강의에 따를 때 백씨의 사망은 명백한 '외인사'라 지적했다. 이들은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해 사망했으면 외상 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망 종류는 '외인사'"라며 "물대포라는 유발 요인이 없었다면 고 백남기 씨는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외인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이어 병원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문가란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범했을 때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면서 "이토록 명백한 오류가 단순한 실수인지, 그렇다면 왜 이를 시정할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면 어떤 이유에서 논란이 빚어지게 됐는지 해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끝으로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강조했다. 의대생들은 서울대 병원의 선배 의료인들에게 "인류,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야기한다"면서 "우리가 어떤 의사가 돼야 하는지 보여 달라. 그 길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 ⓒ민중의 소리

고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14일에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물대포 직수 살수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 당시 백씨를 진료한 의사는 백씨 가족에게 '이 정도의 부상이면 수술 자체가 의미가 없다. 살아나기 힘들 거고 수술도 힘들 것'이라며 '심한 출혈로 인해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한 바 있다.

지난 25일 오후 2시14분경 급성 경막하 출혈로 사망한 백씨에 대해 주치의는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며 사망 종류는 '병사'라고 기재해 논란을 낳았다.

사망진단서는 진료부원장, 신경외과 과장 등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팽배하다. 지난 28일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백씨 유족 백도라지씨가 주치의로부터 '내가 작성하긴 하지만 사망 원인 , 병명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다', '신찬수 부원장과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가 논의한 대로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은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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