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국정감사의 종착점은 올해 6월 건설이 승인된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5·6호기 허가 ‘전면 재검토’였다.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이날 국감에선 원안위의 부실한 지진 재난대응체계를 비롯해 서울 수도권 지역 활성단층지도를 숨겼다는 비판과 부지조사 없이 원전을 허가했다는 비판을 비롯해 핵연료 포화율 등 원전 안전과 관련한 각종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조석 사장은 불출석했다.
가장 높았던 비판은 원전 부지조사 부실이었다.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한수원이 부지를 정해오고 부지조사 보고서 제출하는데 거기서 (활동성) 단층여부를 확인 한다”고 말했고 이에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수원에서 활성단층 증거를 안 갖고 오면 그냥 (원전을) 지어도 된다는 식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활성단층은 200만 년 전 이후 한 번이라도 움직인 단층, 활동성단층은 50만년 이내 두 번 이상 활동한 단층을 뜻한다. 원안위는 활동성단층이 아닌 활성단층의 경우 원전 건설에서 고려대상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미옥 더민주 의원은 “양산단층은 200만년 뒤 7회, 울산 단층은 9회 활동했다. 양산단층 가까이 매우 빈번하게 활동성 단층 증거가 조사되고 있고 이는 경주 지진의 발생 지점과 멀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 원전은 총 합계 30기로 운영 중인 25기, 건설 완공단계가 3기, 허가 난 게 2기인데 대부분 양산단층이 있는 경남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2012년 완성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제작' 보고서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신고리 5·6호기를 비롯, 원전이 밀집된 경남지역에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지진을 예고했다. 신 의원은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던 국민안전처(전 소방방재청)는 지금 그 지도를 자기들끼리만 쓰고 있다”며 “해외에선 일반인도 활성단층지도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부기관 누군가의 방해에 의해 못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선 지질자원연구원이 신고리 5·6호 허가 당시 “(원전 부지) 40km 이내 6개 단층에 대해 활성단층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한수원이) 뚜렷한 근거 제시 없이 부지 안정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은 합리적인 결론이라 볼 수 없다”며 “이들 단층의 활동성 여부와 부지 안전성 영향에 대한 판단을 명확한 증거자료와 함께 제시해라”고 한수원에 요구했으나 한수원이 제대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관련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한수원 측에 답변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날 최명길 더민주 의원이 “월성1호기 자유장 계측기가 고장 나 (원전) 수동정지 기준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하자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계측기가) 잘못되어 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고 답해 의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박홍근 더민주 의원은 “갑상선 방호약품 확보율이 경북은 136%인데 원전이 밀집한 경남은 80%대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원안위와 한수원은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고 있다는 걸 절실히 절감해야 한다. 정보제공부터 예방대책까지 모두 엉망이다. 답변을 보면 개선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최근 임명된 이재기 원안위원은 방사능 아스팔트는 철거할 필요도 없고 저선량 피폭은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원안위를 장악하고 있으니 지진이 원전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연천군 대광리에서 용인 신갈로 이어지는 추가령 단층과 경기도 포천에서 의정부까지 이어지는 왕숙천 단층의 경우 활성단층 존재를 알고도 4년간 쉬쉬했던 지질자원연구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연구를 주도했던 최성자 박사는 국감에 출석해 “주요 광역도시를 통과하는 20개 단층을 조사한 결과 추가령 단층과 왕숙천 단층에서 젊은 연대가 나왔다. 굉장히 긴 단층인데 활성단층 가능성이 있어서 민감한 사안으로 판단해 아마도 공개됐을 때 수도권에 우려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보고서는 최종평가항목에서 “서울시를 관통하는 활성단층에 대해 검증이 미비하므로 보완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지만 이후 조사는 연구비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예산이 없어 몇 년이 흐르도록 연구를 못한 게 말이 되나”라고 개탄했다. 신용현 의원은 “최근 10년간 규모 2.0 이상 지진발행현황을 보면 기가 막히게 지진이 많은 곳에 원전이 밀집되어 있다. 활성단층지도도 없었고 해양 활성단층지도는 연구된 바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최근 5년간 원안위 연구용역 300여건 중 내진설계 관련 연구용역은 4건에 불과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원안위와 한수원의 ‘짬짜미’ 의혹도 제기됐다. 최명길 더민주 의원은 “한수원이 사전에 공사를 해도 허가를 안 내줄 수 있나”라고 묻자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사전에 계약하고 공사하는 건 한수원의 리스크다. 인허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2012년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인사회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당시 지식경제부 2차관)은 “우리 원자력계에서 일하는 방식이 있지 않으냐. 허가가 나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느냐. 한 7000억 원 들어갔는데, 그래 놓고 허가 안 내주면 7000억원 날리니까 큰일 난다”며 원전 사업허가를 당부했다. 당시 이 발언은 19대 국회에서 장하나 의원이 폭로했지만 이후에도 조석 사장은 경질되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의 주시공사는 삼성물산으로, 예상 건설비용은 8조6000억 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