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하면서 ‘여경을 남자경찰관과 함께 검문검색에 배치해 부드러운 분위기가 되도록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성차별적인 업무지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5년 11월 경찰은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고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 피신했다. 경찰은 검거를 위해 조계사 인근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했는데, 종교시설 근처에서 무리한 검문검색이 논란을 빚자 여경들에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맡으라고 지시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경찰청 공문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21일 경찰청장이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에게 보낸 ‘조계사 검문검색 관련 업무지시’ 공문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여경을 남자경찰관과 함께 배치하여 부드러운 분위기의 검문검색이 되도록 조치’했다. 또한 공문에는 ‘여경은 검문검색 전에 양해를 구하고 검문검색은 남성 경찰관이 하는 등의 적정한 역할분담을 검토’하고 ‘여경은 조계사 정문‧후문 등 다수인이 왕래하는 장소에 배치’하라는 내용도 나온다.

▲ 지난해 11월21일 경찰청장이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에게 보낸 ‘조계사 검문검색 관련 업무지시’ 공문. 자료=진선미 의원실
경찰이 검문검색 업무에서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을 구분하고, 동료 경찰인 여성들에게 남성 경찰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성은 상냥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당시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물대포 살수로 경찰의 강압적인 대처에 대한 논란이 있던 시기로, 여성 경찰을 내세워 경찰의 폭력을 가리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진선미 의원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경찰이 된 사람은 없다. 국민 치안을 위해 뛰고 있는 여성 경찰관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여성 경찰관을 평등한 동료로 대하도록 경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업무 분담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 지난해 12월 9일 오후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조계사 앞에 집결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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