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4·3항쟁에 대해 사령관을 사살할 정도의 과격성이 있었으며 시민들이 폭도들에 의해 협박을 당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국회의원들에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냐”는 등 막말 논란이 불거져 교문위 국감 진행이 마비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30일 오전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게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3항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항쟁은) 남로당이 주도했고 제주지구 관할 사령관을 사살할 정도의 과격성이 있었다”고 답했다.

오영훈 의원은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4·3항쟁의 희생자가 1만4000명이라고 지적했고 이기동 원장은 “일반 시민들도 추종하고 하는 것이라며 1만명이 모두 그게(희생자)가 아니고”라며 “양민들은 공산당에 위협 당한 상태였다”고 발언했다.

오 의원은 이에 “4·3항쟁 때 돌아가신 희생자가 있고 저희 조부와 증조부도 당시 희생되신 분”이라며 “저에게 공산 폭도 후손이라고 주장하시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동 원장은 재차 “도민들이 공산당에 위협당했다”고 반박했다.

오 의원은 추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어떻게 1948년에 무차별적으로 희생된 제주도 양민을 공산 폭도에 의해 희생됐다고 주장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 원장은 이에 “그 많은 1만명 이상의 희생자들이 결국 몇 안되는 일당에 의해 섬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협박이 먹힌 것”이라고 재차 발언했다.

▲ 30일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왼쪽에서 네 번째. 사진=차현아 기자.
이 원장의 4·3항쟁 관련 답변이 이어지자 의원들의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은 “4·3항쟁에 대해 답변이 잘못됐고 희생되신 분들에 대해 오명을 쓰게끔 발언하셨고 그 부분에 대해 생각과 입장을 밝히고 사과할 용의가 있으시면 시간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기동 원장은 “아까 (4·3항쟁의) 발단이 남로당 제주지부의 몇몇 사람들로 인한 것이었고 이웃분들이 휩쓸려 들어가서 희생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전체 전개 과정은 군경의 거칠고 잔인한 양민학살로 종결됐다”고 답했다. 또한 “신중치 못한 발언에 대해 오 의원님께 사과드리고 희생자와 도민께도 깊이 사죄드린다”고 발언했다.

이날 오 의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지원한 ‘대한민국의 정체 확립과 근대화전략’이라는 연구 과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4·3항쟁에 대해 “공산폭도들은 제주4·3사건 등을 일으켜 5·10선거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러한 공산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1948년 8월15일 마침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기술돼있는 부분에 대해 한국학중앙연구원 측에서 동의하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이기동 원장은 “사상의 자유가 있어 이렇게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 사진=차현아 기자.
이어진 질의 과정 중 유은혜 더민주 의원이 이기동 원장 선임 과정 중 정기 이사회에 단수 추천으로 올라가 논의 1시간 만에 만장일치로 의결됐던 사실 등을 지적하자 “뭐요”라고 화를 내며 답변 중 갑자기 화장실을 다녀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동근 더민주 의원은 “밖에서 이기동 원장이 ‘안하고 말지, 이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고’라고 하셨다. 직접 들었다”며 “국회의원이면 나이가 원장님보다 많아야 하는거냐.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고 질타했다.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여러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정회를 통해 관련 사실 유무를 확인했다. 유성엽 위원장은 “발언하신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입장을 밝히시라”고 했고 이기동 원장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 다만 쉽게 흥분하고 쉽게 화도 낸다. 이 때문에 회의가 지연된 것에 여러 의원님께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도종환 더민주 의원은 “옆에서 다른 기관 증인이 이기동 원장에게 ‘기자들 대상으로 한 발언이었다고 빨리 얘기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며 “원장 선임될 때 이런 대응 능력이 없다고 지적이 많았는데 교육부가 선임을 밀어붙여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교육부, 이기동 원장을 최초 추천했던 이승철 이사(전경련 부회장)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같은 기관장으로서 국회의 권위와 위상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화장실 앞에서 많은 젊은 기자와 여러 분들이 밀치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의원들을 향해 한 말이 아니라는 말은 들었던 것"이라며 "많은 경험이 없었다.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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