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900일(10월1일)을 하루 앞둔 9월30일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만들어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강제종료 당할 처지에 놓였다. 특조위와 유가족, 416연대 등은 특조위 해산 이후에도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416연대는 30일 오전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이후 특조위는 강제해산 되지만 구의역참사 시민대책위원회처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고 싸우는 이들이 늘어나 진실규명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을 시작한 시점을 2015년 1월1일로 보고, 올해 6월30일 강제종료를 통보했다. 조사보고서 작성기한인 9월30일 이후에는 특조위가 해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6개월 연장가능’인데 정부는 ‘위원회가 구성을 마친 날’을 ‘특별법이 시행된 날’로 보고 있다.

▲ 지난 9월2일 열린 제3차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가 열린 서울 연희동 김대중도서관 로비에서 유가족들이 서로 끌어안고 격려하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하지만 유가족과 특조위, 야당은 2015년 8월 4일이 되어서야 특조위 예산이 배정됐다는 점, 별정직 공무원들의 첫 출근 날은 7월27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조위 조사기간을 더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야당을 중심으로 조사기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세월호특별법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회에 올라온 특별법 개정안 3건을 모두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시켜 논의를 막았다.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되면 90일 간 법에 대한 논의가 멈춘다.

안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가 조사를 개시하기 전부터 시행령으로 특조위의 힘을 빼기 시작하더니 몇 개월 되는 조사 기간 동안 노골적 방해를 자행해왔다. 급기야 왜곡된 법 해석과 국민세금 운운하며 6월 30일자로 강제종료하기에 이르렀다”며 “이미 특조위가 밝혀낸 사실만으로도 정부는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해방 이후 친일반민족자들 처단하겠다고 반민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이승만정권이 반민특위를 물리력으로 해산시켰다. 법을 군홧발로 짓밟은 쿠데타 시도였다”며 “마찬가지로 (현 정부는) 법에 명시된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구성을 마친날 로부터’라는 문구에 대한 법 해석으로 짓밟아 버렸다. 정권이 강제종료 시킨다고 해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이 중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조위는 수많은 방해와 한계 속에서도 대단히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엊그제는 특조위에서 그동안 조사했던 조사자료 목록 6000여건을 공개했다”며 “집요한 방해 속에서도 이루어낸 매우 귀중한 자료이자 증거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밝혀진 사실들에 따라 누가, 어느 기관이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를 규정하기 위해 기소해야한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조사에서만 멈추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정부와 여당이 특조위의 조사활동 집요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마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기 위한 기소와 재판을 막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고 백남기 씨의 빈소가 꾸려진 가운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특조위의 이석태 위원장과 상임위원, 조사관들은 정부의 강제종료 통보에도 조사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0월4일에는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앞으로의 활동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특조위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이후에는 사무실 출입이 가능할지 모르겠고 출입이 가능하더라도 인터넷이나 내부 인트라넷 등은 다 차단할 것이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런 고민들이 있다”고 전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피해자 가족들과 진상규명을 간절히 바라는 대다수 시민들, 국민들은 특조위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최대한 지원과 협조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가 강제종료된다면 특별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진상규명을 이어나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년 전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을 당시 유가족들은 “만일 특조위가 갖고 있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혹은 어느 누구에 의한 방해 때문에 진상조사가 지연되거나 방해받는다면 우리는 특별법 개정은 물론 새로운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조사 규명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책위와 416연대는 “새로운 특조위를 구성하기 위해 다시 특별법 제정운동도 시작할 것이다. 특조위를 강제 해산시킨 해양수사부 장관도 임기를 그냥 마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10월1일 세월호 참사 900일에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싸움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