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타부처와 협의를 통해 유료방송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했으나 임기 2년 동안 관련 논의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빗속에서 안전모도 쓰지 않고 전신주 작업을 하다 추락한 SK브로드밴드 도급 인터넷 설치기사가 28일 사망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7월 최양희 장관 취임 이후 2년 2개월 동안 미래부는 유료방송 하도급 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부처나 관련기관들과 협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2014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최양희 당시 장관 후보자는 “유료방송 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면서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합심해 전략과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임기 동안 씨앤앰,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유료방송 하도급 노동자들이 연달아 파업을 벌였으나 미래부의 정책개선 사항은 미미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사진=이치열 기자.
정책개선 협의가 아닌 타 부처와 일반적인 현안 논의도 한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9월19일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티브로드 사태 관련 공동회의를 연 게 전부다. 추혜선 의원실은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된지 200여 일이 지난 후에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며 ‘늑장대응’을 지적했다.

미래부가 내세우는 유료방송 노동문제 실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사항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래부는 △협력업체 현황조사 및 공사업 미등록 업체 등록 권고 △불법영업 업체 면허 취득 권고 등을 실적으로 꼽았는데 협력업체가 몇개나 있는지, 어떤 형태인지 조사하고 제대로 등록이 됐는지만 점검하는 절차였다. 

미래부는 또 ‘지난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재허가 심사에 협력업체 운영에 관한 사항 반영’이 개선사항이라고 밝혔으나 ‘협력업체 운영방안 및 목표’등에 대해 업체가 자유기술을 하게 했을 뿐이다. 관련 항목 모두 비계량 평가로 객관적으로 실적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추혜선 의원은 “미래부의 업무 내역 중 방송통신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하청업체 고용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최양희 장관이 인사 청문회 시절 보였던 의지가 지금부터라도 미래부의 사업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유료방송 재허가 평가 때 △협력업체의 재정적 안정성 △고용구조 개선 노력 △지역일자리 창출 기여도 등에 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실적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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