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8일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행사에 방문해 선물을 받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박 대통령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라면 이런 행사에서 받은 선물도 법에 저촉될 수 있을까.

사실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대통령과 관련한 청탁금지법 적용이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과 함께한 청와대 오찬은 호화 식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이 외부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 공식 행사이며 부정청탁의 가능성도 없어 음식의 수준과 관계없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게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도 구설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각계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추석 선물 세트 가격이 7만~8만 원대였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가 나간 후 국민권익위원회는 즉시 참고자료를 내고 “대통령이 공직자 등에게 주는 선물은 국가 원수로서 국민에게 위로・격려 등의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점, 공직자등의 입장에서도 대통령이 주는 선물로 인해 직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에 비춰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며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8호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지역희망박람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각 시도 전시관을 돌며 선물을 받았다. 사진=2016 지역희망박람회 홈페이지
박 대통령은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지역희망박람회’를 찾아 각 부처와 시도의 전시장을 돌며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총 22곳의 전시관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이 중 9개 전시관에서 각 시도 담당자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전라남도 전시관에서는 귀농부부가 직접 재배한 늙은 호박을, 인천광역시 전시관에선 백령도 특산품인 미역과 다시마, 부산광역시 전시관에선 스틱형 꿀 제품, 서울특별시 전시관에선 레이저로 제작한 목판사진 등 특산품과 기념품 등을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 격려해주신 데 대한 의례 차원에서 제공된 것으로 청탁금지법 제8조 3항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대변인이 언급한 청탁금지법 조항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을 말한 것이라면 대통령도 청탁금지법 선물 수수 가액 기준인 5만 원을 초과해 받아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이 하급 공직자에게 5만 원 이내의 선물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부터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무관련자로부터 선물을 받는 퍼포먼스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저 자리에 대통령이 아닌 지자체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선물을 받는 장면이 공개됐다면 청탁금지법 첫 수사 대상이 됐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28일 “청탁금지법 시행을 통해서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청렴 사회를 만들고 우리의 국가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패 방지와 청렴 사회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천부터 비롯돼야 한다. 대통령이 하급 공직자로부터 너무도 태연히 선물을 받는 모습을 본 국민이 청렴에 대한 인식을 얼마나 획기적으로 바꿀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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