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 유족은 법원의 부검 영장 발부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남기 투쟁본부(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투쟁본부)는 향후 예상되는 영장 강제 집행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4일 째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엔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백씨의 유족과 투쟁본부는 28일 밤 10시30분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3층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은 사인이 명확한 만큼 필요하지 않고 동의할 수 없다"면서 "부검을 강행할 시 온 국민의 마음을 모아 있는 힘을 다해 막아 설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이 발부된 9월28일 오후 10시30분 백씨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 영장 집행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백도라지씨는 유족 대표로 나서 "저희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에 아버지를 닿게 하고 싶지 않다"며 "저희 가족은 절대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오후 8시 이후부터 장례식장에는 경찰병력의 진입을 막으려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백도라지씨와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이 가족과 투쟁본부의 입장을 발언할 때마다 박수를 쳤다.

백씨의 유족 박경숙씨, 백민주화씨, 백도라지씨는 기자회견 내내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지켜주십시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회찬·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 ⓒ민중의 소리

서울중앙지법은 28일 저녁 8시경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경은 백씨가 사망한 지난 25일 백씨에 대한 진료기록 압수수색과 부검 검증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며 진료기록에 대한 압수수색만 허가했다. 검경은 26일 부검 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다시 추가자료제출을 요구한 뒤 28일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며 집행 방법을 제한했다. 제한 내용은 △유족 의사를 확인해 유족이 원하는 시기에 서울대 병원에서 집행할 것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을 참관시킬 것 △부검 절차를 영상으로 촬영할 것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법원은 "사망원인 등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다며 "부검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부검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 백남기 투쟁본부와 장례식장에 모인 시민들은 9월28일 오후 11시30분 장례식장 1층 입구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장례식장에 모인 시민들은 법원의 결정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백씨가 사망한 지난 25일부터 장례식장에 머문 박현대(47) 전농 정책위원장은 "조건은 사기다. 너저분하게 화장 분칠해놓은 것"이라면서 "변호사 1000명이 부검에 같이 참관한대도 살인자 경찰이 백남기를 다시 손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밤 11시30분부터 열린 투쟁본부 결의대회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판사에게 붙는 명칭이 있다. '새가슴'이라 한다"면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속담이 맞아 떨어졌다. 보통 기각하든 발부하든 했어야 했는데, 생각이 길면 압박이 심하다. 법원이 그걸 이겨낼 수가 없다"고 발언했다.

지층부터 3층까지 총 네 개 층으로 구성된 장례식장은 층마다 법원의 결정을 반대하고 경찰의 강제집행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기사를 보고 서울대병원을 바로 찾았다는 김재은(20)씨는 "법원의 결정이 믿기지가 않고 화가 나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찾아 왔다"면서 "이 사태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영장이 발부된 이상 집행을 막을 방법은 없다. 투쟁본부와 유족이 영장 집행을 전면 거부함에 따라 향후 공권력과 시민사회의 강한 마찰이 예상된다.

법원이 지정한 영장 유효 기간은 오는 10월25일까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